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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해도, 사라지지 않는 것

by 윤경환 Feb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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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성자 야즈나발키야가 아내 마이트레이에게 말했다.

"여보, 난 이제 속세를 떠나려 합니다!"


그러곤 야즈나발키야는 아내 마이트레이와 둘째 부인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겠다고 한다.

그러자 마이트레이는 야즈나발키야에게 재물을 모두 다 가지면 불멸에 이를 수 있는지 물어본다.

야즈나발키야는 대답한다.


"이 세상의 재물을 모두 다 갖는다면 엄청난 부자가 되겠지. 하지만 재물로는 불멸에 이르지 못합니다."


야즈나발키야의 대답을 들은 마이트레이는 그렇다면 재물은 필요 없다고 한다. 그보다 불멸에 이르는 길을 알려달라고 한다.


그러자 야즈나발키야는 대답한다.


"당신이 나를 사랑하는 것은 내가 남편이기 때문이 아니라 나의 내면에 머물고 있는 참 자아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아이들을 사랑하는 것은 그 아이들이 우리의 자식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아이들 내면에 머물고 있는 참 자아를 사랑하기 때문이고 우리가 우리의 재산을 소중히 여기는 것은 그것이 우리의 재산이기 때문이 아니라 그 재물의 본질인 참 자아가 소중하기 때문에 소중히 여기는 것입니다."라고.


인도철학서이자 힌두교 경전인 우파니샤드 3장 숲 속 현자들의 가르침에서 나오는 이야기이다.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무언가를 소중히 여긴다. 내 아내나 남편을 사랑하고 아이를 사랑하고 편안한 집을 소중히 여기고 재산을 소중히 한다.


누군가는 신을 사랑하고 음악을 사랑한다.


만약 사랑하는 대상의 형체가 없다면 우리의 마음은 사라질까? 상실감과 슬픔이 자리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리움이 자리 잡고 기억 속 대상을 계속해서 사랑하거나 또 다른 대상으로 사랑이 옮겨 갈 수도 있다. 때론 사라진 대상의 훌륭한 생각과 뜻을 존중하고 이어받기도 한다.


마음은 그대로인데 대상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변해가고 사라진다. 내 아이들을 사랑한다면 아이들을 사랑하던 내가 먼저 사라질 수도 있다. 그러면 그 마음조차 사라지는 것이 아닐까.


변해가고 사라진다는 것은 조금 슬픈 일이지만 우리의 마음이 어떤 대상을 계속해서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려 한다는 것은 사실이고 막으려 해도 막을 수 없다. 한 편으로는 무언가를 계속해서 사랑한다는 것은 축복이기도 하다.


마이트레이가 대상을 사랑함으로써 불멸에 이를 수 있냐고 물었을 때는 이를 수 없다고 대답이 돌아왔지만 야즈나발키야의 대답은 역설적으로 이를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


피고 지는 꽃 형상을 사랑하면 내 마음에는 상실감이 자리 잡아 영원할 수 없지만 꽃을 사랑할 때의 행복한 내 마음을 기억한다면 그 마음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기에.


무언가를 사랑할 때 행복했던 그 순간의 마음은 누구나 느낄 수가 있기에, 어쩌면 이미 나는, 우리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마음 그 어느 곳에 한 번쯤은 발을 디뎠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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