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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을 따르는 별들

논어와 덕치

by 윤경환
'덕으로 정치를 하는 것은 비유하자면 북극성은 제자리에 있고 모든 별들이 그를 받들며 따르는 것과 같다.'


논어에 담긴 이 하나의 문장이 오래도록 내 기억에 남았다. 아마도 북극성을 따라 도는 별들의 장관이 내 머릿속에 머물렀기 때문인 것 같다. 지금도 논어를 떠올리면 이 문장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위정 편의 첫 문장에서 나오는 이 문장은 법률이나 형벌로 백성을 위협하며 복종시키는 것이 아닌 덕으로 감화시키는 방법으로 정치를 행해야 함을 북극성과 별의 비유를 들며 말하고 있다.


북극성은 밤하늘의 북쪽에 떠 있는 별이다.

모든 별이 북극성을 중심으로 원을 그리며 도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북극성은 방향을 잡는 길잡이가 되는 별이기도 하다. 그러기에 북극성을, 사람들을 이끄는 리더, 국정을 책임지는 리더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핵심은 북극성을 중심으로 도는 별들은, 누가 시키지도 않는데 스스로 북극성을 따른다는 것이다.


정치의 '정'은 '바를 정'과 '채찍질할 복'이 합쳐진 글자다. 올바르도록 일깨운다는 의미다. '치'는 '물 수'와 '대'가 합쳐진 글자로 물의 흐름을 통제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기에 정치는 권력을 통해 억제하고 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바른 원칙에 따라 흐름을 조절하고 공동체와 세상을 조화롭고 질서 있게 다스리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 덕치는 통치자의 인격과 품성으로 공동체와 세상을 조화롭게 이끄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역사의 덕치를 실현했던 대표적인 인물로는 세종이 있다. 세종은 형벌보다는 교화를 중시했고 백성을 위해 훈민정음을 창제하고 농사직설과 측우기를 제작했다. 비록 왕정이라는 한계는 있으나 지식과 제도를 민주화하려는 노력으로 백성들의 신뢰를 얻었고 역사 속에서도 가장 사랑받는 군주로 기억되고 있다.


먼 나라의 일이지만 오래전 태국 여행을 갔을 때 국왕의 위력이 남아 있다는 것에 놀란 적이 있다. 지금의 국왕은 이미지가 많이 실추되어 있지만

그 이전의 국왕(푸미폰 아둔야뎃(1927.12.05~2016.10.13)은 21세기에도 태국 국민들이 마음으로 존경하는 왕이었다.


그가 국민들의 존경을 받는 데는 크게 두 가지가 작용하는 것 같았다. 하나는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키며 국가의 위기로 작용할 때마다 결정적인 중재를 하며 때로는 군부의 편에 서기도 했지만, 급격한 충돌을 막으며 나라를 안정화하는 역할을 했다는 것.

또 하나는 직접 태국의 여러 곳을 시찰하며 민정을 살폈고 왕실의 많은 재산을 시골 지방의 발전을 위해 사용했다는 것.


물론 이렇게 신격화된 민심이 왕실 모독죄처럼 왕실을 건드릴 수 없는 절대권력처럼 만든 부분도 있지만 국민들의 마음이 감화된 부분은 분명해 보였다. 국민들의 마음을 살피는 듯한 모습에 감화되면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따르게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하나의 사례가 아닌가 싶다.


얼마 전, 무리한 계엄령을 선언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일이 우리에게 있었다. 그즈음 '어른 김장하'라는 다큐 영화가 수면 위로 올랐는데 그 배경에는 탄핵 심판 선고했던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대행이 있었다. 그는 학창 시절 은인이었던 김장하 선생을 공개적으로 언급했다.


문형배 재판관이 학창 시절 장학금을 주어 자신이 사법시험을 합격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해 준 김장하 선생에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감사의 인사를 하러 간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내게 고마워할 필요는 없다. 나는 이사회의 것을 너에게 주었으니 갚으려거든 내가 아니라, 이 사회에 갚아라.'


한약업사로 일하며 번 돈으로 수백 명의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고 좋은 일을 많이 했음에도 자신을 과시하지 않고 세상의 이로움을 강조하는 그의 인격에 감화된 제자들은 그의 뜻을 실천하고 그의 길을 따랐다.


수많은 독재자가 공포와 억압으로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 했지만 결국 국민들의 손에 의해 축출되거나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다. 반면, 덕을 베풀고 국민들의 신망을 얻은 지도자는 몇 세기에 걸쳐 사람들이 기억하고 역사에 모범으로 기록된다.


이런 고전의 지혜와 역사적인 사례를 깊이 새겨서 지금의 정치인들도 국민들에게 절망을 주기보다 감동을 주는 정치를 하면 좋겠다.


며칠이 지나면 이 나라를 이끌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게 된다. 누가 이 나라의 새로운 리더가 되건 국민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감화시킬 수 있는 리더가 되길 바란다.


수많은 별들이 북극성 주변을 돌며 반짝이는 빛을 함께 쏟아내며 아름다운 밤하늘 전체가 완성되는, 그런 세상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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