숲으로 가지 못한 사람들의 월든
나는 삶을 내 뜻대로 살고 싶어 숲으로 들어갔다. 필수 요건만 충족한 채 살아도 삶이 가르쳐 주는 걸 배울 수 있을지 알고 싶었다. 또한 죽음을 맞이할 때, 내가 헛되이 살지 않았음을 깨닫고 싶었다. 삶이란 소중하기에,
삶이 아니라면 살고 싶지 않았다
< 월든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의 저자, 소로는 월든 호숫가에 통나무집을 짓고 2년간 자립하며 살았다. 자연에서 경험하고 느낀 바를 글로 남겼고 이 책은 생태주의의 고전으로 불린다.
소로가 살았던 당시의 미국 사회는 노동과 성공에만 관심을 쏟던 세태였다. 모두가 아메리카드림과 성공을 부르짖고 있을 때 그는 내면의 풍요, 검소한 삶, 자급자족을 외치며 세상의 물결과는 정반대의 방향을 향했다.
170년이나 지난 지금도 세상의 세태가 확연히 달라졌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물론 세상에 더 다양한 삶의 목소리가 생겨났고 내면의 가치를 중시하거나 미니멀리즘을 지향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지만 돈이 우선시 되는 사회의 기조, 자본의 논리는 여전히 삶의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
세상의 흐름에 편승하지 않고 내 의지대로 살아간다는 건 엄청난 용기가 뒤따라야 하는 일이다. 확고한 삶의 철학이 있어야 하고 주변의 불안한 시선과 스스로 만들어내는 두려움도 극복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자기 뜻대로 월든 호숫가의 숲 속으로 성큼 걸어 들어간 소로의 의지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대부분의 사람이 말없이 절망의 삶을 살아간다. 이른바 체념이란 확인된 절망이다.
나는 내 인생을 주도하고 있을까?
항상 떠올리게 되는 질문이다. 스스로 내리는 대답은 절반은 그렇고 절반은 그렇지 않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대학교, 직장, 살아가면서 선택한 사람들, 모두 나의 선택으로 이루어졌다. 그런 면에선 내가 인생을 주도한 것 같다.
하지만 그 선택의 이면에는 늘 주변의 시선과 사회의 편견이 작용해 왔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으면 사회에서 낙오가 된다거나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는 게 인생에서 가장 순탄한 행복을 만드는 방법이라는 식의 말들, 이런 주변의 무수한 편견을 넘어서는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확고한 주관과 강한 마음의 힘을 가진 사람 일부만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사람은 주변의 바람에 거센 저항을 하기보다는 갈대처럼 흔들리다 적절한 타협을 하게 되는 거 아닐까?
사회적 편견과 주변의 시선 이외에도 실질적으로 어떻게 먹고 살 건지에 대한 먹고사니즘의 문제가 있다. 매달 월급에 의존하면서 먼 곳에 있는 자유를 꿈꾸는 무수한 직장인들, 나도 그런 직장인 중 하나지만 모두 속으로 외치고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도 먹고살 돈만 있으면 월든 호수가 아니라 공원 연못이라도 가서 살 수 있다고.
결혼한 사람들은 이러쿵저러쿵 삶을 논하는 것도 사치가 된다. 당장 아이에게 들어갈 돈, 집을 구하느라 들어간 대출금 갚아 나가기에도 빠듯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먹고 살아가기에 바쁘고 당장 눈앞에 일들을 처리하기도 팍팍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월든은 우리와 다른 차원의 세상을 살다 간 낡은, 노인의 푸념일 뿐이고 호수에서 유유자적한 지식인의 일탈로 남게 될 뿐, 언젠가 불길 속으로 타들어 갈 종이 쪼가리에 불과하다.
월든을 불쏘시개로 쓰기 전에 그래도 한 번만 생각해 볼 필요는 있다. 그가 우리에게 남긴 이야기가 무엇인지는.
소로가 말한 본질을 잃은 삶은
습관과 타성에 젖은 삶,
물질과 소유에 집착하는 삶,
정신없이 바쁘기만 한 삶이다.
반대로 단순한 삶,
자연과 가까운 삶,
자발적이고 의식적인 삶,
물질보다 정신의 풍요를 추구하는 삶,
자신이 직접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삶은
진실한 삶, 본질에 가까운 삶이라고 말한다.
그는 한마디로 말해서 이렇게 외치고 있다.
간소하라! 진실하라! 자연을 벗하라!
지금 이미 행복하고 충만하다고 느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은 지금 그대로 살아가면 되겠지만 정신없이 살아가는 와중에 중요한 무언가를 어딘가 떨어트려 놓은 것만 같은 허무감을 느끼고 있다면 소로의 말대로 내가 타성에 젖어서 살고 있는지 돌이켜볼 필요는 있다.
체념하고 살아가는 것이 전부는 아닐 수 있다.
우리의 마음속에는 여전히 반짝이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 정신없이 흘러가는 삶에서 잠시 벗어나 배낭 하나 둘러메고 홀로 자연 속에서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밥을 지어먹고 지구가 만들어 내는 바람의 숨결을 느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을 듯싶다.
일상으로 돌아오면 다시 타성에 젖어 길을 잃고 헤매겠지만 잠시간 누린 해방감이 내 인생을 바꾸는 계기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여건이 안 된다면 하루 한 시간이라도 주체적으로 무언가를 해보는 것도 좋을 듯싶다. 소로가 말하듯 사람들은 모두 다른 삶을 살아가고 있고 제각기 서로 다르므로!
다만, 스스로에게 질문 하나만 남기면 된다.
나는 주체적으로, 진실되게 살고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