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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계 뉴질일본인 Mar 28. 2024

2024년 퇴사하고 유럽 여행

베를린, 파리 두 도시와 사랑에 빠진 동양인 여자

올해 1월, 3년 일한 직장을 그만두고 이직을 결심했습니다. 새로운 일을 시작까지 한 달이라는 시간을 일부러 만들 수 있어고, 그중 2주간은 평생 노래를 부르던 유럽 여행으로 떠났어요.


아쉬움 반, 집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 반. 그런 마음으로 비행기에서 핸드폰에 메모장에 적어 내린, 나의 짧지만 사랑에 빠지기엔 충분했던 “유럽 첫인상”을 여기에 남겨둡니다.


— 메모 —


유럽에서 느낀 점


- 그 어떤 누구도 같은 헤어스타일, 같은 가방, 같은 구두를 신고 있지 않다. 다들 각자의 개성이 넘치는 패션이 돋보여 멋지다.


- 강아지를 사랑한다. 어딜 가나 반려견과 함께 하고 싶어 한다. 가게들도 동물 친화적인 환경이 더 사랑받는다. (베를린에서는 H&M에도 와인바에도 책방에도 갱쥐 같이 옴)


- 파리 출퇴근 지옥철에 탄 사람들 눈은 서울과 같다. 은은하게 죽어있다.


- 모두 자존감이 높아 보인다. 허리를 펴고 당당하게 걷고 말한다.


- 책방 직원이 앉아서 책을 읽는다. (작은 서점 아님, 교보문고 같은 곳)


- 파리 역에서 티켓을 파는 아주머니는 옆사람과 수다 떠느라 바쁘지만 일은 잘하신다.


- 슈퍼 동선이 비효율적이다. 그래서 시간이 더 오래 걸린다. 슈퍼뿐만 아니라 비효율이 낳는 시간 (=여유)이 도시 곳곳에 숨어 있다.


- 가게들에서 흐르는 노래 템포가 느리다.


- 감자튀김에 소스를 듬뿍 뿌린 메뉴를 받자마자 다 흘렸는데, 괜찮다며 옆 직원과 수다를 떨며 웃으며 슬렁슬렁 치우고, 나에겐 다시 새롭게 만들어 갖다 준다. (아무렇지 않아 함과 여유로움에) 미안한 마음이 덜 들었다. 그 와중 두 번째 거도 또 흘려버렸다.


- 베를린의 거리는 조용하다.


- 차에서 창문을 내려 아저씨가 뭐라 뭐라 소리를 지르는데, 자세히 들어보니 “~~ 사진도 찍어야지!!”하며 포토 포인트를 놓지 말라며 리마인드 해준 것이었다. 처음엔 뭔가 내가 잘못하고 있어서 주의를 주는 줄 알았다.


- 혼자 여행을 하면 언제나 결국 마지막에 드는 생각은 “다음에는 여기에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꼭 와야지.”

혼자 여행이 자유롭고 편하고 재밌으면서도, 결국 보거나 맛본 것에 감동이 큰 만큼 비례하여 누군가와, 특히 사랑하는 사람과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 그리고 결국 감동받고 그곳이 좋아지는 데에는 사람인가 보다.



- 13년 만에 만난 하늘언니와의 저녁 시간도 인상적인 순간이었다. 파리 생활 9년 차. 언니는 제빵과 제과 모두 할 수 있고, 지금은 제빵을 하는 모양이다. 파리 생활과 자신의 일에 대해 이야기해 줄 때 언니의 눈빛이 반짝반짝해서 빛나보였다. 타지 생활이 쉽지 않고 늘 붕떠 있는 느낌이 든다는 것도 공감대가 있어 대화가 즐거웠다. 불어를 하는 언니가 너무 멋있었다. 나도 불어가 더 배우고 싶어졌다. 메르시가 아니라 멕시다..



- 유럽은 뭔가 다르겠지. 아름답겠지 하고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 나의 고찰 끝. 여기사는 사람들은 여유가 넘쳐 보인다. 왜일까? 이미 조상들이 남긴 멋진 건물들과 위대한 역사들 속에서 그것들을 즐기며 살아가기만 하면 돼서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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