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토종 한국인'은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했을까?
전 세계가 <케이팝 데몬헌터스>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화려한 K팝 아이돌이 무대 아래서 비밀리에 악귀를 사냥한다는 설정, 지극히 한국적인 오방색과 전통 문양이 녹아든 전투 장면, 구성진 우리 가락이 샘플링된 비트는 그야말로 ‘힙함’ 그 자체입니다. 작품이 연일 신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을 들으며 가슴 벅찬 자부심을 느끼면서도, 마음 한구석에서는 부끄러운 과거의 저를 마주해야 했습니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저는 오랫동안 문화사대주의에 빠져 있었습니다. “우리나라 역사는 일본의 사무라이나 닌자, 유럽의 기사처럼 세계 시장에 내세울 만한 판타지적 요소가 부족해”라는 말을 스스럼없이 하곤 했습니다.
우리의 문화유산은 ‘보존해야 할 박제된 유물’이지, 서구의 판타지처럼 ‘가지고 놀 수 있는 멋진 장난감’이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이죠. 아마 저뿐만 아니라 많은 한국인들이 비슷한 생각을 한 번쯤 해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늘 세계적인 표준을 좇아왔고, 우리의 것은 어딘가 촌스럽고 부족하다는 무의식적인 자기검열이 있었으니까요.
그래서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토종 한국인이라면 절대 만들지 못했을 것"이라는 날카로운 분석에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 작품의 제작진은 한국에서 나고 자란 우리가 아닌, 한국인의 피를 물려받았지만 외국인의 시선으로 한국을 바라볼 수 있었던 ‘한인 2세’들이 주축이 되었다고 합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성공의 비밀이 숨어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에게 K팝 아이돌의 고된 연습생 시스템은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던 ‘인고의 시간’이 아니라, 초인적인 힘을 단련하는 ‘수련 과정’이라는 서사로 보였을 겁니다. 우리에겐 그저 미신이나 옛날이야기 속 존재였던 도깨비, 저승사자, 구미호는 신비롭고 매력적인 능력을 가진 ‘캐릭터’로 재발견되었습니다.
익숙함이라는 안개에 가려져 우리가 보지 못했던 보물들을, 그들은 객관적인 시선으로 하나하나 발견해낸 것입니다. 마치 매일 보는 우리 집의 멋진 서까래를, 집에 처음 방문한 손님이 감탄하며 알려주는 것처럼 말이죠.
<케이팝 데몬헌터스>는 단순히 한국적인 소재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았습니다. 가장 현대적이고 트렌디한 K팝의 시스템과 가장 오래되고 신비로운 한국의 설화를 완벽하게 ‘융합’했습니다.
우리가 ‘낡았다’고 치부했던 것들의 겉면을 벗겨내고, 세련된 디자인과 세계인이 공감할 만한 ‘선과 악의 대결’, ‘희생과 성장’이라는 보편적인 서사를 입혔습니다. 그 결과, 한국인만 이해하는 콘텐츠가 아닌, 누구나 열광할 수 있는 ‘글로벌 스탠더드 K콘텐츠’가 탄생한 것입니다.
<케이팝 데몬헌터스>의 성공은 우리 문화의 가능성이 무한하다는 것을 증명하였습니다. 다만 그것을 발견하고 새롭게 해석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을 뿐었던 것이지요. 이런 생각도 해봅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이런 문화 사대주의에 빠지게 된 이유가 무엇일까? 암암리에 이런 생각에 물들도록 만든 모종의 세력이 있었던 것은 아닐까???? 라는...... (너무 음모론 적인가요?)
여하튼 제목부터 조금 부끄러웠던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보면서 정말 정말 자랑스러웠고 우리 말로된 노래를 부르면서 춤을 추는 외국 인플루언서들을 보면서 세계를 하나로 묶는 문화의 힘은 참 대단하다라는 생각을 하게되었습니다.
우리 한식을 알린다고 수백억을 썼던 과거의 헛발질을 생각해보면 역시 인위적인 노력보다는 이렇게 자연스럽게 시장에 맡겨 놓는게 더 낫다는 생각도 듭니다.
이제는 우리 안에 잠들어 있던 잠재력을, 우리 스스로가 ‘외부인의 시선’으로 재발견하고 재창조해야 할 때입니다. 우리의 이야기는 결코 낡거나 지루하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안의 '케이팝 데몬헌터스'를 찾아낼 차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