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 내가 던지는 몇 가지 질문
골프를 사랑해온 시간이 어느새 30년이 되었다. 이제는 골프를 단순한 스포츠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 안엔 나의 훈련과 실패, 몰입과 멈춤, 인생의 리듬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래서 지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골프에 대한 비판이 아니라, 골프를 향한 다정한 질문에 더 가깝다.
왜일까. 왜 이렇게 오랜 시간 함께했는데도, 골프장을 떠올릴 때마다 어쩐지 아쉬운 마음이 들까.
나는 종종 좋아하는 선수를 보기 위해 골프장을 찾았다. 한때는 직접 따라다니며 응원하는 것이 골프 팬으로서의 작은 기쁨이었다.
하지만 골프는 다른 스포츠처럼 한자리에 앉아 볼 수 없다. 18홀을 따라다니며 선수를 ‘따라가야’ 한다. 햇볕 아래 언덕을 넘고, 긴 거리와 시간을 지나, 몇 번의 샷을 멀리서 지켜보는 일. 정말 그 선수를 좋아하지 않으면 버티기조차 쉽지 않다.
가끔은 생각한다.
왜 나는 그렇게 오래 걸어야만 했을까?
좋아하는 선수를, 한자리에 앉아 느긋하게 응원할 수는 없을까?
야구장엔 응원이 있고, 좌석이 있고, 치맥이 있다.
하지만 골프장엔 아무것도 없다.
아니, ‘정숙’이 있다.
말소리보다 새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곳. 물론, 그 고요함이 골프의 매력이기도 하다. 하지만 때때로 그 고요함은 관객을 위한 배려 없는 구조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른들은 참을 수 있을지 몰라도,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요소는 거의 없다. 포토존도, 쉼터도, 놀이도 없다. 식사는 대부분 클럽하우스 안의 고가 식사로 한정되고, 주차와 이동, 접근성도 절대 쉽지 않다. 이 모든 것들이 골프장을 ‘골퍼만의 공간’으로 만든다. 하지만 대회를 보러 온 사람은 ‘골퍼’가 아니라 ‘고객’이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골프는 혼자 치는 스포츠일 수 있지만, 그걸 함께 경험하는 사람은 관람자이자 소비자다.
더 나아가, 팬을 위한 마케팅도 거의 없다. 협회의 SNS 콘텐츠, 유튜브 채널, 선수 중심의 콘텐츠는 존재하지만, 그 대상은 이미 골프를 좋아하는 사람들, 혹은 팬클럽 중심의 커뮤니티에 머물러 있다.
골프장을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사람, 골프를 해본 적 없는 사람, ‘망설이고 있는 누군가’에게 말을 거는 콘텐츠는 찾기 어렵다.
왜일까.
왜 골프는 늘 ‘골프를 하는 사람’만을 위한 마케팅에 머무를까?
나는 선수와 함께할 수 있는 경험이 더 다양해지길 바란다. 단지 레슨을 받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함께 걷고, 이야기를 나누고, 경기 바깥의 표정을 볼 수 있는 기회. 지금의 이벤트는 대부분 골프를 이미 즐기는 사람, 혹은 주니어 선수층에 한정되어 있다.
물론, 기존 팬과 골퍼들을 위한 서비스도 중요하다. 하지만 산업이 성장하려면, 아직 골프에 들어오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 접근도 함께 설계되어야 한다. 나는 골프장이 조금 더 열린 공간이 되기를 바란다.
쉼이 있고, 움직임이 있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구간이 있는 공간. 골프를 몰라도, 좋은 풍경 속에서 하루를 보내며 골프라는 스포츠를 ‘경험’으로 느낄 수 있는 구조.
그건 협회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골프장, 협회,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 레슨 프로까지—골프를 이미 즐기는 사람은 물론, 이 스포츠를 언젠가 만나고 싶어 하는 사람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구조와 경험을 함께 고민해야 한다.
이 글이 어떤 결론을 내리길 바라진 않는다.
그저 골프를 오래 곁에 두었던 한 사람으로서, 함께 나눠보고 싶은 질문들이 있을 뿐이다.
골프는 여전히 아름답다.
그리고 나는, 더 많은 사람이 이 스포츠를 사랑하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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