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쓰기를 처음 접했을 당시는 서툴지만, 그저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작가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 여겼던 글을 내가 직접 쓴다는 사실 자체가 마법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마법의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글의 형식, 다 써버린 이야기, 그리고 잘 써야 한다는 압박이 나를 짓눌렀고, 그 무게는 시간이 지날수록 더해졌다. 글쓰기는 정신적 노동이라고 말했던가, 어느 순간부터 글쓰기는 나에게 커다란 숙제가 되었지만, 이상하게도 싫지 않았다. 독창적이고, 독자에게 올림을 주는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열망보다 ‘꾸준히 써야 한다’라는 압박감이 더 크게 다가왔다.
하지만, 나는 글이라는 형태로 끄적이며 연필은 놓지 않았다. 노트에 수북이 쌓인 글 조각들. 이것저것 낙서처럼 끄적인 초안은 마치 먼지 쌓인 방구석 한쪽에 처박혀 널브러진 휴지 조각처럼 방치돼 있었다. 즉, 완성된 글도, 진짜 글도 아니다. 씨앗을 심었지만, 나는 정성껏 가꾸지 않았다. 숙제라면, 꼼꼼하고 세밀하게, 그리고 끈질기게 반복해야 했다. 초안에서 자유롭게 생각을 펼쳤다면 퇴고에서 냉정하게 글을 다듬어야 한다.
나는 한 단계 도약을 위해 진실의 고통을 외면했다. 그럴수록 마음은 압박의 무게에 짓눌렸다. 그런데도, 글을 쓰는 행위 자체는 나에게 편안함을 줬다. 아이러니하게 고통이라고 하면서도 편안했다. 이질적이지만, 솔직한 감정이다. 어쩌면 나는 괴로움에서 벗어나기 위해 글을 쓰지만, 다시 그 글 속에서 감정의 소용돌이를 마주하게 된다. 우리는 인생에서도 압박을 받으면서 정제하려는 심리가 아닐까.
글을 잘 쓰던, 못 쓰던. 압박과 해방의 사이에서 나를 찾아가고, 돌아보고, 다듬는다. 탑을 쌓듯 글을 써 내려가며 내 안의 감정과 생각이 정제됨을 몸으로 느낀다. 인생은 순환 구조로 이루어졌다.
다시 시작하지 않으면 내 마음은 불안하다. 그만큼 글쓰기는 내 안에 깊기 스며들어 있다. 글쓰기는 영원한 숙제이자 친구다. 우리는 친구와 인생을 더불어 지내면서 울고, 웃는다. 가끔은 소원해지지만, 결코 싫다고 내칠 수 없는 존재.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나는 고통을 이겨내고 한 단계 전진하고 싶다. 그 시작은 한 줄, 5분의 글쓰기 약속이다. 고통을 벗어나고자 한다면 고통의 중심으로 들어가야 한다.
나는 여전히 깊은 압박감에 시달리지만, 그 고통을 견디며 자기 내면을 이해하는 유일한 방법이다. 지금처럼 쓰고, 다시 쓰고, 퇴고의 과정을 반복하면 나는 나를 알아간다. 나는 반복을 통해 더 나은 나를 만나고, 현실에서 잠시 벗어나 몰입을 경험함으로써 그 자체가 일종의 해방감을 얻는다.
글쓰기는 그만큼 내면 깊은 곳에 눅진하게 내려 앉아있다.
내 안의 감정과 생각을 꺼내 나를 표현하고, 타인과 연결된다. 그것이 내가 다시 쓰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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