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 연결이 끊기는 사람
호기심이 중요하다고 사람들은 말한다. 나도 그렇게 믿었다. 그런데 내 호기심은 자주 꺼졌고, 가끔은 내 안에 호기심이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책에서 모르는 대목을 만나도, 거리의 낯선 사물을 봐도, 끌림은 오래가지 못하고 금세 사그라들었다. 그래서 나는 묻게 됐다. 호기심은 왜 오래가지 않을까?
사람들은 호기심을 지적 능력이라고도 말한다. 그런데 내가 겪는 호기심은 능력의 ‘결과’라기보다는, 어떤 순간에 켜지는 ‘상태’에 가까웠다. 하지만 내 호기심은 감정에서 시작된다고 나는 느꼈다. 나는 모르는 무엇을 알고 싶고, 연결된 생각을 할 때 두근거림을 느낄 수 있다. 마치, 대단한 무언가를 발견할 것처럼 말이다. 커진 궁금증을 해소하려고 빠르게 움직이지만, 궁금증이 커질수록 막막해졌고, 그래서 호기심은 더 빨리 꺼졌다. 문제는 그 두근거림이 다음 행동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데 있었다.
감정은 왜 이렇게 쉽게 꺼질까? 호기심이 감정에서만 비롯된다면, 우리 감정은 쉽게 휘발되기 때문에 쉽게 없어지는 게 맞는 걸까? 그래서 질문을 바꿔, 호기심은 감정일까, 기술일까? 그 답은 의외로 골프장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오랜 세월 수십 번 같은 스윙을 되풀이하다가, 문득 멈췄다. 잘 치는 것보다 먼저 덜 아프고 싶었다. 하지만, 시행착오 끝에 남은 건 같았다. 오른쪽 등과 무릎, 허리가 이유 없이 순서를 바꿔가며 나를 멈춰 세웠다. 통증 원인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었고, 질문은 어느새 커져 ‘나는 운동 재능이 없는 걸까?’라는 막연한 자책으로 번졌다. 결국 나는 컨디션 난조와 이론의 부재라는 결론을 내린 채 돌아섰다.
나는 연습장을 빠져나오며 깨달았다. 내 호기심이 꺼지는 데는 일정한 설계도가 있었다. 불씨가 부족해서가 아니라, 불길이 번질 길목을 내가 스스로 차단하고 있었다. 질문이 커지는 순간마다 나는 탐구를 시작하기보다 정답을 가진 사람부터 찾았다. 그렇게 몇 번을 돌며 끝은 늘 같았다. 나는 나를 먼저 재단했다.
나는 호기심이 오래 못 가는 탓을 끈기가 부족한 탓으로 돌렸다. 하지만 끈기는 결과일 뿐 원인이 아니었다. 유독 짧게 끝난 호기심을 부검해 보니, 놀랍게도 그들이 죽는 순간에는 공통점이 있었다.
꺼짐의 조건은 세 가지였다. 첫째, 감당할 수 없는 크기다. 질문이 거대해 나는 당장 할 수 있는 일을 잃었고, 질문이 사소해 나는 굳이 움직일 이유를 잃었다. 둘째, 피드백이 차단된 고립이다. 궁금함을 던져도 메아리가 돌아오지 않으면 뇌는 흥미를 접는다. 셋째, 탐구보다 빠른 판결이다. “뻔한 거야”, “해봤자 소용없어”라는 말이 먼저 나오는 순간, 욕구는 차단된다.
나는 답을 찾기보다, 관찰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호기심이 무엇인가’를 정의하기보다, 내 호기심이 꺼지는 순간을 따라가 보기로 했다. 보편 원리를 찾을수록 질문이 닫혔고, 하나의 사건을 붙잡을수록 다시 열렸다.
꺼짐의 조건을 들여다보면, 그 순간 호기심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다음 행동이 사라졌다는 걸 알게 된다. 감정은 불씨고, 지속은 장작이다. 호기심은 감정으로 켜지지만 오래가는 건 반복이다. 질문이 크면 쪼개고, 길이 없으면 다른 대상을 찾고, 판단이 앞서면 “정말 그럴까?”하고 유보한다.
이 모든 과정은 감정이 시키는 일이 아니라 이성이 설계하는 행동이다. 앞으로 나는 감정을 키우려 하기보다 작은 확인을 붙이기로 했다. 거창한 탐구가 아니라, 장작 하나를 더 던져보는 정도의 사소한 검증. 그 작은 행동이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고, 그 결과가 다시 새로운 질문을 부른다. 호기심은 재능이 아니라 질문과 확인 사이의 끊어지지 않는 고리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정했다. 호기심이 식으려 할 때마다, 나는 내 감정을 탓하는 대신 1분 실험을 가동하기로 했다. 거창한 ‘왜’를 구체적인 ‘만약’으로 치환하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왜 글이 안 써질까?”라고 묻는 대신, “만약 첫 문장을 의문문으로 바꾸면 어떨까”라고 묻는다. 중요한 건 정답을 찾는 게 아니라, 뇌에게 ‘새로운 반응’을 던져주는 것이다. 호기심을 더 느끼는 사람이 되기보다, 호기심이 살아남는 조건을 만드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감정은 의지로 통제할 수 없지만, 조건은 내 의지로 설계할 수 있으니까. 내가 빨리 흥미를 잃었던 이유를 알았다. 나는 호기심이 부족했던 게 아니다. 호기심은 불꽃이 아니라 순환이다. 나는 호기심이 아니라 생명력의 순환을 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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