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에서 무엇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세요? 견고한 그립? 정확한 어드레스? 자로 잰 듯한 백스윙? 간결한 다운스윙? 폭발적인 임팩트?, 아름다운 피니시? 글쎄요···물론, 기본자세가 중요합니다. 또 골프는 방향과 비거리의 스포츠입니다. 골프 동작에서 재빠른 움직임 속의 균형, 역동적인 움직임 속의 힘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서로가 느끼는 감정, 관점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공통으로 비슷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발가락입니다! 이상하시지요? 제 말을 믿으셔도 됩니다. 저는 뛰어나고 유명한 골퍼는 아닐지 몰라도 30년 경력의 골프 지도와 골프책 2권을 출간한 골프전문가입니다. 왜 발가락이냐면, 상체는 손, 팔, 어깨 하체는 허벅지, 무릎은 각자의 위치에서 충실히 일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움직임의 균형을 잡고 넘어지지 않게 지탱하고 있어요. 그리고 관심을 두지 않아도 싫은 내색 없이 쉬지 않고 움직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지구를 밟고 있습니다. 골프의 서 있는 자세는 땅바닥을 발가락으로 움켜쥐며 상·하체 움직임의 시발점이고 몸 전체의 균형을 유지합니다. 자신보다 큰 무게가 위에서 짓누르는 중력을 이겨내며 흐트러뜨리지 않고 조화로움을 위해 발버둥 칩니다. 신체에서 가장 낮은 자리이지만 땅의 기준으로 보면 가장 앞자리, 높은 자리입니다. 땅의 기운을 받아 내 육신으로 올려주는 그곳, 절대 무시할 수 없습니다. 이 녀석의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생도 하찮은 일, 작은 일의 중요함은 다 아실 겁니다. 성공한 사람은 쓸모없는 일부터 처리하면서 쓸모 있는 사람이 됩니다. 반면에 실패한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치부해서 쓸모없는 일에 치여 삽니다. 위대하고 어려운 일은 위대하고 어려운 사람이 하는 게 아니라 작은 일이 쌓여 위대해집니다. 삶은 쉽고 작다고 여기는 일이 쌓여 길의 방향이 설정되지요. 어떤 일이든 원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일정 기간 쌓아야 할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 꼭 필요합니다.
노자는 도덕경1) 63장에서 ‘천하의 대사는 반드시 미세한 곳부터 시작한다.’라고 말했습니다.
爲無爲 事無事 味無味
위무위 사무사 미무미
大小多少 報怨以德
대소다소 보원이덕
圖難於其易 爲大於其細
도난어기이 위대어기세
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대사 필작어세
是以聖人終不爲大 故能成其大
시이성인종불위대 고능성기대
夫輕諾必寡信 多易必多難
부경락필과신 다이필다난
是以聖人猶難之 故終無難矣
시이성인유난지 고종무난의
‘큰 것은 작은 것으로부터 나오고, 많은 것은 적은 것으로부터 나온다. 어려운 일을 해결하려면 쉬울 때 해야 하고, 큰일은 미세한 곳부터 해야 한다.’ 이렇듯 작은 일을 무시하면 그 틈새로 제아무리 견고한 성도 허물어집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이 아닙니다. 전체는 부분의 합보다 더 큽니다. 작은 것 하나는 사소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작은 것이 하나로 모이면 내가 이루고자 하는 그 일은 내 생각보다 훨씬 커집니다.
내 몸 하나하나가 다 귀중하고 쓰임새가 있습니다. 우주로 보면 나 한 사람은 작고 보잘것없다고 생각하지만, 절대 아닙니다. 메이저리거로 유명한 오타니 쇼헤이는 고등학교 때부터 쓰레기를 주웠는데요, 쓰레기는 사람들이 떨어뜨린 행운을 줍는다고 생각했답니다. 그에게 쓰레기 줍는 행동은 위대한 목표로 가는 작은 목표를 이루는 하나의 작은 행동이었죠. 즉, 자신이 선택한 작고 하찮은 하나의 일이 전체를 바꿀 수 있습니다. 오타니의 쓰레기 줍는 행위가 저에게는 책을 읽는 행위입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건대, 큰일은 반드시 작은 일로부터 비롯됩니다. 사람들은 눈에 띄는 일, 큰일에만 관심을 둡니다. 우리는 작은 일, 쓸모없는 일은 귀찮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일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해 무시해 버립니다. 하지만 지키지 못합니다. 왜일까요? 하찮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저의 경우 1~2분의 시간을 하찮게 여겨 중요한 약속 시간을 지키지 못해 일을 망친 경우가 있었습니다. 성공자의 말을 따르지 않은 결과입니다.
큰 사건은 한 번에 터지지 않습니다. 작고 중요하지 않거나,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면 큰일을 겪게 됩니다. 보이는 것에만 집중하게 되면 정말 중요한 부분을 놓치는 불상사가 일어납니다. 인생과 골프에서 묵묵히 중심을 잡고 균형을 맞추는 중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핵심은 미세한 곳에서 존재합니다. 발가락처럼 꿍꿍 숨어 있는 작은 것을 허투루 보지 않는 안목이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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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도덕경, 노자, 소준섭 옮김. 현대지성. 2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