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중충한 하늘과 찝찝한 습도의 아침. 밥을 먹고 일단 집을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디야커피에 들러 아이스 캐러멜 마키아토를 사 들고 스터디 카페로 향했다. 마키아토를 쭉 들이켜고 하루를 시작했다. 밴드에서 메이트들의 필타와 에세이를 읽고 댓글을 달았다. 잠시 멈췄던 김금희 작가의 책을 필사한 뒤 어떤 책을 집어 들고 읽다가 엎드려 잠깐 잤다. 집에 돌아와서는 시어향의 바디워시로 샤워했다.
나에게 기분 전환이라는 건 이런 것이다. 평소에 자주 먹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대신해 달달한 마키아토를 먹고 습도 높은 집을 벗어나 에어컨이 나오는 스터디 카페로 장소를 바꾼다. 평소 잘 안 쓰는 시어향의 바디워시도 마찬가지.
글 쓸 때도 기분 전환이 필요하다. 나의 방식은 글씨체를 바꾸는 것이다. 기분에 따라 글씨체를 바꾸면 좀 더 즐겁게 글을 쓸 수 있다.
한 2년간 조선일보명조체를 썼다. 조선일보가 지면에 사용하는 글씨체로 구글에서 검색하면 다운받을 수 있다. 조선일보의 문화면과 스포츠면은 유이하게 내가 읽는 조선일보의 지면이다. 담백하면서도 필요한 정보는 빼놓지 않는 기사로 가득하다. 딱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잘 쓴다.조선일보명조체를 쓰면 왠지 조선일보 기자처럼 나도 잘 쓰는 것 같다. 그래서 썼다.
하지만 한 가지 글씨체만 오래 사용하다 보니 지겨움이 왔다. 글이 잘 써지지 않으면 괜히 글씨체를 탓해 보기도 했다. 얼마 전부터는 기분에 따라 자주 글씨체로 기분 전환을 하기 시작했다. 네 가지 글씨체를 바꿔가면서 서 쓰는 것이다.
나눔스퀘어체는 안정감을 주는 글씨체다. 글씨가 적당히 두껍고 모서리가 부드럽다. 기분이 좀 가라앉을 때 쓰면 좋은 글씨체다. 따뜻하다.
대한체는 날카롭다. 글씨 끝부분에 힘이 있다. 글씨가 위아래로 조금 길쭉한 느낌도 있어 이 글씨체로 쓰다 보면 굉장히 전문적인 글을 쓰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기분이 좋아진다. 내 글이 가볍다고 느낄 때 이 글씨체를 쓴다.
정말 기분이 별로면 나눔바른펜체로 써 본다. 글씨 크기가 작고 귀엽다. 에세이집에 어울리는 글씨체다. 에세이를 쓰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일일작가가 된 느낌이다.
이 글을 쓸 때는 대한체로 썼지만 다 쓰고 나니 나눔바른펜체가 어울린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