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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May 25. 2020

나의 첫 일본드라마는...

[일본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이유①] 우연히 마주한 '여왕의 교실'

일본 '여왕의 교실'(2005) ⓒNTV

때로는 강렬한 우연이 뇌리에 꽂힐 때가 있다.


2005년이었다. 수능시험을 마치고 무료하게 방구석을 뒹굴고 있을 때였다. 어떤 하루였다. 아침 11시쯤 되었던 것 같다. 그때만 해도 우리집에는 아주 오래된 일제 TV가 있었다. 일제 TV라고 하면 왠지 내구성이 뛰어날 것 같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한국에서 사용하기엔 굉장히 불편했다. 한국과 코드가 맞지 않는지 SBS가 나오지 않았고 일부 케이블 채널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날도 그런 생각을 하면서 채널을 돌리던 중, 나를 멈추게 한 프로그램이 있었다. 초등학교가 배경이 한 일본드라마였다. 10대 때 누구나 한 번씩은 내 이야기 같아서 학교 드라마에 관심을 가지는 것처럼, 나도 잠시 채널을 멈추고 지켜봤다. 그런데 내용이 뭔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곧 알게 됐다. 굉장히 고압적인 여자 담임 선생님이 나오더니 “일본 사회에서 성공할 수 있는 건 이 반 학생 중 6%”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초등학생한테 뭐 이런 잔인한 드라마가 있나 싶었다. 그런데 놀라면서도 나는 굉장히 이 드라마가 신박하다고 생각했다. 그때만 하더라도 한국 드라마에서라면 불가능할 것 같은 설정이었기 때문이다.(사랑이야기가 빠지지 않는 한국드라마...) 

이런 내용이 드라마로 만들어질 수 있단 말인가?

내가 본 드라마의 제목이 ‘여왕의 교실’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고 그 이후에 어찌어찌 시간에 맞춰 드라마를 다시 몇 번 더 챙겨봤다. 학교에 몇 번 더 나가야 했던 나는 결국 더 궁금해져서 ‘어둠의 경로’를 통해서 드라마를 다운받았다.(*지금이야 채널W나 채널J에서 일본드라마를 공식적(?)으로 볼 수 있지만 그때만 하더라도 일본드라마를 볼 수 있는 경로가 많지 않았다.)


드라마를 본 나는 심한 충격을 받았다.(*‘여왕의 교실’을 본 시청자라면 꼭 이런 감정을 느낄 것이다. 대표적인 게 성적 순위로 카레를 급식한 장면. 끔찍한 드라마 내용과는 달리 드라마 엔딩에는 주인공들이 신나게 춤을 춘다.) 아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을 뿐, 그들이 겪는 모든 이야기는 어른들의 이야기였다. 몹시 어둡고 끔찍하기도 했다.

한국에서 리메이크한 '여왕의 교실'. 평균 시청률은 7.9%로 크게 화제가 되진 못했다. ⓒMBC


내가 ‘여왕의 교실’을 보고 난 약 7년 뒤 MBC에서 이 드라마를 같은 제목의 드라마로 리메이크를 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이 드라마가 원작을 그대로 가져온다면 한국에서 흥행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봤다. 한국처럼 심한 경쟁사회에서, 지독한 현실을 고스란히 드러내면서 가슴에 꽂히는 차가운 말만 쏟아내는 이 드라마가 위안을 바라는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맞추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선생님을 연기한 배우 아마미 유키에 맞춰 한국에서는 고현정이라는 카드를 꺼냈지만 원작을 표현하기에는 카리스마가 많이 부족한 점도 흠이었다.


이것이 나의 첫 일본드라마에 대한 기억이다. 그 기억은 워낙에 우연으로 시작했고 강렬했다. '여왕의 교실'이 놀랍지 않았더라면 난 그 이후 일본드라마에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여왕의 교실'은 시작이었다. 일본드라마에 대해 본격적으로 가슴을 뛰게 한 작품은 따로 있다. 그것은 내가 대학교에 입학한 2006년의 일이었다. 그 드라마는 무엇이었냐면…


(다음 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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