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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수 Jun 05. 2020

드라마가 음악이 되었다

[일본드라마를 좋아하게 된 이유②] ‘노다메 칸타빌레’를 만났다

사진은 영화 '노다메 칸타빌레 최종악장' ⓒ주식회사 아뮤즈


‘여왕의 교실’을 보고 난 이후 한 동안 일본드라마를 잊고 살았다. ‘여왕의 교실’은 강렬했지만 다른 작품도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그렇게 2006년을 맞이하고 나는 대학생이 되었고 1년이 지나 2007년이 되었다.


대학교 입학 후 동기 중에는 일본 그룹 ‘아라시’를 좋아하는 두 살 터울의 누나가 한 명 있었다. ‘아라시’ 내한 콘서트를 보러 전라도 광주까지 간 적이 있다고 하니 일본 콘텐츠의 분야의 전문가처럼 느껴졌다. 내가 드라마를 추천해달라고 했다. 거의 본 적이 없다고 말하자 그는 ‘노다메 칸타빌레’를 추천해줬다. 거의 일본드라마를 처음 보는 사람이라면 이게 좋을 것 같다는 말과 함께.


놀랐다. 클래식과 드라마의 환상의 조합이란 이런 것일까. 클래식이라는, 어쩌면 딱딱하게 느껴지기만 했던 이 소재를 이렇게 드라마로 부드럽게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드라마의 오프닝곡과 엔딩곡도 실제 클래식이라는 점에 한 번 더 놀랐다. 클래식이 이렇게 우아하면서도 부드러웠다니! 


'노다메 칸타빌레'는 내가 그동안 드라마에 가지고 있던 공식을 철저하게 부쉈다. 일단 러브라인이 굉장히 약했다. 노다메(우에노 주리)와 치아키(타마키 히로시)는 서로 좋아하는 사이이긴 하지만 그 감정선은 생각보다 희미했다. 러브라인이 약하니 드라마는 소재에 집중하게 된다. 아, 소재 충실한 드라마. 나는 이게 제일 마음에 들었다. 한국 드라마는 러브라인이 뻔할 만큼 등장했기 때문이다.


20분이라는 긴 시간 동안 밴드의 공연을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은 장면도 충격이었다. 이 작품은 음대에서 환영받지 못했던 학생들이 밴드를 만들어서 멋진 클래식 연주를 해낸다는 성장형 드라마다. 이 밴드의 마지막 공연을 드라마는 대사 한 마디 없이 콘서트처럼  온전히 담아낸다. 마치 콘서트홀에서 클래식 공연을 실황 중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절한 캐스팅. 엉뚱함과 귀여움을 표정으로 완벽하게 보여주는 노다메 역의 우에노 주리, 차가워 보이지만 실제로 허점이 많은 치아키 역의 타마키 히로시를 비롯해 에이타, 무카이 오사무, 코이데 코이스케(몇 년 전 미성년자와의 스캔들이 나와 연예계에서 활동을 중단했다) 등 마치 실제 자기 모습인 양 연기를 해낸 배우들의 모습에 드라마를 보는 즐거움이 있었다.


이렇게 ‘노다메’는 21살이었던 나의 마음을 뒤흔들어 놓았고, 나는 곧바로 노다메...아니 우에노 주리의 팬이 되었고, 우에노 주리의 작품을 모두 찾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나는 일본드라마에 본격적으로 입문하게 됐다. 우에노 주리가 노다메 같은 연기를 펼친 작품은 이게 최초이자 마지막이다. 그리고 나는 그 이후 14년째 일본 드라마를 보고 있다.


참, 이 드라마는 일본에서도 인기를 끌어 영화판으로 나왔으며 국내에서도 심은경 주연으로 리메이크됐다. 리메이크작은 흥행에 실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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