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들어가시면 됩니다.” 잘할 수 있을까. 그래, 준비한 것만 제대로 말하자. 뚜벅뚜벅 들어갔다. 면접관은 총 5명. 면접장소 가운데 덩그러니 놓인 의자가 보였다. 면접은 시스템이다. 어떤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지 예측할 수 있어야 한다.
자 먼저 인사를 하자. “안녕하십니까!” 그리고 적절한 각도로 면접관들에게 인사를 했다. 의자에 앉았다. 두 손을 각각 두 허벅지 위에 올렸다. “면접은 10분 내에서 끝내겠습니다. 먼저 자기소개해주세요.” “네 자기소개를 하겠습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00에 00에 지원한 김진수라고 합니다. 저는 다양한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해야 하는 00팀에 적합한 인재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시작한 면접. 질문이 나에게로 왔다. 오! 내가 예상한 질문. 차분하면서도 자신감 있게 이야기했다. 그렇게 두 번째, 세 번째... 크게 무리 없는 질문들이었고 나는 안정적으로 대답을 해나갔다. 그리고 이제 네 번째 질문이 들어올 차례. “지난번에도 여기 면접 보신 거 맞으시죠?” 지난번 이곳에서 나를 면접한 그분이 또 들어오셨구나. 사실 나는 그 사람의 얼굴을 기억하지 못했다. “네 맞습니다.” 네 번째 질문의 시작은 나의 자기소개서의 아쉬움을 지적하는 일이었다. A가 아닌 B를 더 강점으로 내세웠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다. 나는 속으로, 흠... 이건 질문인가?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지난번 면접에서 떨어졌는데, 뭐가 부족했던 것 같냐(아마도 이렇게 물어봤던 것 같다.)고 나에게 물었다.
“지난번 면접 때는 제대로 제가 준비해온 것을 어필하지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면접이 끝나고 좌절하기도 했지만 다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발음 연습까지 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어쩌고 저쩌고” 그렇게 질문에 답하고 다섯 번째 질문까지 소화한 뒤 난 면접을 마쳤다.
면접에서 제일 떨리는 순간. 면접장으로 향하는 길. ⓒpixabay
그렇다. 난 이 기관에 두 달 전에도 똑같은 자리에서 면접을 봤다. 그땐 경쟁률이 17대 1이었고 면접 중에 내 대답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다. 불합격 통보를 받고 나서 2주 정도의 무기력함이 찾아왔다. 보름 동안 올인했는데, 성취하지 못하자 패배감이 한꺼번에 몰려온 것이었다. 심지어 이때는 서류를 제출하고 원인 모를 배앓이를 했다. 얼마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는지 장이 꼬여버린 것이었다.(그래서 약을 사 먹어야 했다.)
그래서 이번에 두 번째 도전은 마음을 가볍게 먹기로 했다. 10대 1의 경쟁률. 그래. 안 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널찍하게 준비하자. 하지만 집중을 하자. 마음에 여유를 가지려고 해서 그랬을까. 배는 아프지 않았고 면접은 지난번보다 잘 봤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결국 나는 또다시 다음 날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그래도 마음은 괜찮았다. 지난번보다 면접을 잘 봤으니까 나는 한 걸음 더 나아간 거야...라고 생각했다. 그랬는데, 집에 하루 종일 있다 보니 뒤늦게 아쉬움이 밀려온다. '아, 이래서 취업할 수 있을까. 좀 더 잘했어야 했는데, 좀 더 준비를 했어야 했을까.'
소파에 가만히 누워 있다가 이 생각을 지워버리고 싶었다. 이럴 땐 게임이지. 정말 몇 년 만에 카트라이더를 컴퓨터에 깔았다. 오랜만에 하니 재미있었다. 맨 마지막 바퀴에서 8등으로 출발해도 결승선을 1위로 얼마든지 통과할 수 있는 게임이라서 그런 걸까...라고 하면 너무 글을 노린 것 같다. 하지만 게임을 해도 마음이 다스려지지 않았다. 글을 쓰면 좀 나아질까. 결국 나는 이렇게 또 썼다. 답답한 내 마음이 나아지길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