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타나베 이타루의 『시골 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 서평
동네 카페에 종이 한 장이 붙었다. “2월 1일까지 영업합니다.” 3년 전, 복정동에 정착할 당시만해도 카페에는 사람이 즐비했다. 어느 순간 동네에 프랜차이즈 카페가 무분별하게 생기자 손님이 줄더니 결국 카페를 닫는다. 한 집 건너 카페라는 말처럼 카페는 이미 편만한 상태다. 문제는 대부분의 프랜차이즈 카페라는 것이다. 농부이자, 문명비평가인 웬델 베리는 프랜차이즈 시스템이 마을순환경제를 파괴한다고 지적한다. 이 시스템은 마을의 자본을 경제 중심부로 보낸다. 점차 마을에 순환되는 돈을 줄어들고, 인심은 각박해지고 작은 가게들은 문을 닫는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입맛과 가격은 프랜차이즈에 길들여졌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의 저자, 와타나베 이타루는 1971년 도쿄 하가시야마토에서 태어나 23세 때 학자인 부친과 함께 간 헝가리에서 농업에 흥미를 갖는다. 이후 지바대학 원예학부 원예경제학과에 입학해 ‘유기농업과 지역통화’라는 주제로 졸업논문을 쓰고 졸업했다. 여러 회사를 취업하지만, 곧 그만두고 직장 동료였던 아내 마리코와 독립하여 자신과 아내의 이름을 딴 빵집 ‘다루마리’를 개업하였다. 현재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로 오카야마현 마니와로 이주했다가 2012년 2월 마니와 가쓰야미에서 빵집 ‘다루마리’를 재개업해 지금까지 운영한다.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는 자본가의 노동 착취와 인간다움의 상실이 만연한 사회를 경험한 저자가 참된 노동과 인간다움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 담긴 책이다. 이 책에서는 대량생산과 대량소비로 가려진 가치의 이면을 드러낸다. 이 책은 크게 1부와 2부로 나눠진다. 1부에서는 그가 늦깎이 취준생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며 겪은 어려움 토로하며 제빵을 배우며 만난 자본론을 통해 현대사회를 고찰한다. 2부에서는 ‘혁명은 변두리에서 시작된다’는 레닌의 말처럼 이름조차 생소한 일본 변방에서 빵집을 차리고, 자신의 신념을 발효-자생력, 순환-마을순환경제, 이윤 남기지 않기-인간다움, 빵과 사람 키우기-후대양성, 이 네 가지 형태로 실현한다.
이타루는 일본 변방에서 혁명을 꿈꾼다. 혁명은 본디 변두리에서부터 시작된다. 그가 일관되게 말하는 것은 지역경제 활성방안이다. 처음 이 책을 접한 나는 이타루가 빵집을 차리게 된 이야기를 풀어낸 책인줄 알았다. 그런데 그는 철저한 이론을 바탕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다만 이론을 따듯한 이야기와 버무려 독자가 음미하도록 만들었기에 대두적으로 나타나지 않을 뿐이다. 이 책 곳곳에는 몇 가지 복선이 숨겨져 있다. 헝가리 여행에서 만난 발효 와인, 그의 대학 논문 주제, 지역 화폐 등 직접 찾아보시길.
이제 일본 사회에서 우리 사회로 돌아오자. 『시골빵집에서 자본론을 굽다』에 따르면 “이윤을 내지 않겠다는 것은 그 누구도 착취하지 않겠다는 의미, 즉 그 누구에게도 상처를 주지 않겠다는 의미이다.” 현대사회에서 저렴한 가격은 상품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노동력과 재료에 ‘합당한’ 값을 치른 결과가 아니다. 폄하된 임금과 착취된 재료의 가격 그리고 본사의 이윤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임금과 재료의 가격은 노동자에게 환원되는 돈이고 본사의 이윤은 중심부로 흘러가는 돈이다. 이 셋 중 제대로 가치를 매겨진 것은 본사의 이윤뿐이다. 즉 프랜차이즈 시스템은 블랙홀같이 변두리의 돈을 빨아들여 중심부로 쏟아내는 경제구조이다. 경제는 돈이 순환해야 운영된다. 그런데 돈이 중심부에만 묶였다면? 변두리에는 돈이 남지 않았다면? 그 결과가 우리 사회이고 현재의 자본주의 사회이다. 당신이 착취되고 싶지 않다면 당신도 누군가를 착취하지 말자. 합당한 가격을 매긴 동네 가게를 이용하고 합당한 대가를 지불하자. 그것이 당신이 착취에서 벗어나는 길이고, 누군가를 상처 주지 않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