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 are my everything

내 옆에는 살찐 박진영이 있었고,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by dle

처음부터 그대였죠.

나에게 다가올 한 사람

단 한 번의 스침에도 내 눈빛이 말을 하죠.

바람처럼 스쳐 가는 인연이 아니길 바라요.

바보처럼 먼저 말하지 못했죠.

할 수가 없었죠.

You are my everything

별처럼 쏟아지는 운명에 그대라는 사람을 만나고

멈춰버린 내 가슴속에

단 하나의 사랑

You are my everything


-거미) you are my everything-



남편은 내 인생의 귀인이었다.

미운 오리 새끼를 멋진 백조가 될 때까지 뭉근히 기다려주는 사람.

(백조가 되고자 한다.)

보잘것없는 나를 멋지게 컸다며, 크고 있다며 머리를 쓰다듬어 주는 사람.

재치와 여유가 태평양 보다 깊고 넓어 같이 있으면 가슴을 뻥 뚫리게 해주는 사람

그런 사람.


그가 웃으면 나도 웃었고 내가 울면 어김없이 그의 눈가도 촉촉해졌다.

나에겐 몹시도 과분한 사람이었다.


그를 처음 만난 건 28살 때였다.

회사에 입사한 지 1년쯤 되었을 때 여기저기서 소개팅 자리가 들어왔다.

사무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선배가 조용히 내 옆으로 오더니 한마디를 던졌다.

“너랑 딱 어울리는 애 있는데. 만나봐.”

“부모도 괜찮고 가족 분위기도 좋아. 너 그런 거 되게 중요해.”


누군가 우리의 이야기를 엿듣고는 외모와 자동차를 물었다.

“음. 생긴 건 살짝 살찐 박진영?”

“차? 차? 그게 뭐가 중요해요? 사람이 밴츤데.”


사실 당시에 난 지독한 짝사랑을 하고 있었다.

(총 맞은 것처럼의 그)


남편과의 소개팅 날.

멀리서 붉은 남방을 입은 그가 웃으며 다가왔다. 적절한 톤의 기분 좋은 목소리. 환하게 웃는 얼굴.

그럼에도 난 그 표현이 탁월하다고 생각했다.

‘살찐 박진영.’


그는 한결 같았다.

입엔 미소를 걸친 채 에너지 넘치는 톤으로 말을 걸었는데 그 모든 것은 나의 관한 것이었다.

열심히 탐구하는 사람처럼 나에 대해 궁금해했다.

커피를 마시자 영화를 보자고 했다. 영화가 끝나자 밥을 먹자고 했다.

나는 그가 하자는 대로 했고 마지막 밥값을 계산했다.

그가 엄지를 치켜세워주었다. 그래서 나는 웃었다.


남편이 될 그와 헤어지고 돌아오던 길 씁쓸히 도 박해일과 지진희가 생각났다.

나는 또 한 번 고개를 숙였고, 세상은 아직도 아름답지 못했다.


“근데 입 다물고 5번만 만나봐. 5번은 봐야 걔의 진가를 알 수 있어.”

시큰둥한 나를 알아챈 선배가 강하게 이야기했다.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만남.

만남이 늘어날수록 내 안에 그의 자리가 점점 넓어졌다.

그리고 정말로 나는 다섯 번째 만남에서 박해일과 지진희를 완전히 지울 수 있었다.


횟수는 중요하다.

단 한 번으로는 알 수 없는 것을

더 해가는 동안 알게 된다.

눈에 익기 시작하자 자연스레 마음도 익어갔다.


내 옆엔 살찐 박진영이 있었고, 세상은 참으로 아름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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