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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랑시에르 Oct 02. 2024

상처적 체질

상처는 내 체질

모든 시인과 시들에게 상처를 주는 시집


시는 느닷없이 감정과 감각의 '현관' 앞에 내려앉았다.


인사도 없이, 그저 묵묵히.

마치 이 세계에서 온 게 아닌 것처럼 낯설고, 아직 익숙하지 않은 냄새를 풍기며. 던져진 문장들은 오랫동안 우리 엄마가 사용하던 분 냄새 같았다. 일기장에 내 문장을 적으면서 "류근의 뺨을 치겠다"라고 호언장담했던 그때가 떠오른다. 참으로 건방졌다. 짝다리를 하고 담뱃재를 털던 내 모습이 방 한구석에 먼지처럼 쌓여 있다. 아마도 그동안 내가 주인이라고 생각하며 살아왔던 일들이 이제는 어긋나기 시작했나 보다. 온종일 마음이 가라앉아 있는 것도 그 탓일 것이다. 결국, 큰일이 났다. 기형도 시인이 [빈집]에서 흰 종이조차 떨게 만들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런데 시를 이렇게 쓰는 게 반칙이 아닐까.


아니, 글을 이렇게 잘 쓸 수 있다고?


나는 도대체 뭘 먹어야 이렇게 글을 잘 쓴다고 소문이 날까.


아, 시바


내 글은 재활용조차 안 되는 쓰레기인가.


아, 시바


내 생각은 시조차 되지 못할, 그저 *여물인가.



*여물: 가축에게 먹이는 사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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