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독일은 그런다지, 출처 불명의 명언은 괴테가 말했을 거라고!

by 랑시에르


2025년 1월, 제172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한 스즈키 유이의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를 읽었다. 책을 덮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이것이었다. 이 사람이 정말 2001년생일까. 나보다 훨씬 어른 같은 문장을, 훨씬 오래 책을 읽어온 사람처럼 다루고 있었다. 어떤 문장 앞에서는 자연스럽게 속도가 느려졌고, 몇 장을 넘기다 말고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기도 했다.


내가 읽어온 일본 소설은 많지 않다. 그중에서도 비교적 즐겁게 읽었던 작품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다. 누군가는 보급형 소설을 잘 만난 경우라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기억하는 일본 소설들은 대체로 무겁거나, 아니면 지나치게 난해했다. 미우라 아야코의 [빙점]은 특히 그랬다. 죄의식이라는 주제를 끝까지 밀어붙이면서, 인간이 어디까지 비참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소설. 읽는 동안 자주 숨이 막혔다. 그런 이야기들은 결국 설교와 닮아버린다. 마이크를 잡은 목사에게 유리한 쪽으로.


그에 비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다른 리듬을 갖고 있었다. 나는 그 소설을 읽으며 [리틀 포레스트] 같은 영화를 떠올렸다. 이야기가 급하게 목적지를 향해 달려가지 않고, 한 프레임 안에 오래 머무는 느낌. 물론 [남쪽으로 튀어라] 같은 작품도 좋아했지만, 적어도 그때의 나는 그런 호흡에 더 마음이 갔다.


[라쇼몽]은 이상하게도 늘 피하고 있던 작품이었다. 제목은 너무 유명했고, 내용은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문학을 아주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다. 문학의 언어가 지닌 구조 자체에서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 왔다. 그런데도 글을 쓰며 살아오다 보니, 문학—이야기—만큼 인간을 설득할 수 있는 전달 방식이 아직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나처럼 글을 써야 마음이 가라앉는 사람에게는, 문학이 꽤 유용한 도구이기도 하다. 그래서 결국 [라쇼몽]을 읽게 되었다.


아쿠타가와상이 왜 중요한지 알려면, 아쿠타가와 류노스케를 읽어야 했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와 [라쇼몽]을 나란히 두고 읽는 일은 생각보다 체력이 필요한 작업이었다. 스즈키 유이의 문장은 자주 나를 멈춰 세웠다. 그 책에 이런 문장이 있었나? 싶어 다시 찾아보게 만들었고, 그 시절 유럽에 정말 이런 일이 있었는지 검색창을 열게 했다. 평론가 이동진이 이 책을 단숨에 읽었다고 말한 이유를, 나는 조금 알 것 같았다.


이 소설은 일반 독자에게도 충분히 소장할 만하다. 작품 안에는 ‘자기들만 아는 이야기’가 많아 서사만 놓고 보면 대중적이라고 하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으로서는 납득이 간다. 평론가들의 극찬 역시 이해가 된다. 물론 모든 평론에 동의할 수는 없지만.


지식의 지표로 삼고 싶다면, 이 책은 여러 번 다시 읽어도 좋을 것이다. [라쇼몽]을 읽으며 나는 일본의 오래된 사무라이 문화가 남긴 윤리의 흔적을 떠올렸다. 그 윤리는 종종 양지보다 음지에서 더 기이한 형태로 왜곡되어 나타난다. 아쿠타가와 역시 그 시대의 산물이었을 것이다. 언어와 생활 곳곳에 스며든 정서는 쉽게 지워지지 않는다.


어쩌면 이 상은, 문학적 완성도 그 자체보다는 젊은 작가가 움베르토 에코에게서나 볼 법한 상징들을 능숙하게 엮어냈다는 점에 주어진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파우스트]를 평생에 걸쳐 써낸 괴테를 불러와 현몽하게 만드는 설정은 다소 유치하게 느껴졌지만, 동시에 묘하게 흥미로웠다. 주인공의 이름이 ‘도이치’라는 점에서는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문학이란 결국 이런 것이 아닐까.


우리는 이야기가 없으면 말 한마디도 하지 못한다. 자기의 서사든, 사회의 주변부에서 건져 올린 이야기든, 무엇이든 하나 붙들고 살아간다. 다만 글을 오래 써온 사람들에게 이 일은 가끔 노동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경쟁은 치열하고, 그래서 인세라도 한 번 받아보고 싶은 마음을 품으며 스스로를 달래게 된다. 그 정도의 꿈이라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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