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 시즌 2 우승 최강록 비평

나야, 연쇄 조림마.

by 랑시에르


철학자 한병철은 [관조하는 삶]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너무 많이 하고 있고, 그래서 오히려 텅 비어 가고 있다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압박 속에서 스스로를 몰아붙이다가 결국 지쳐버리는 사회. 그는 그 대안으로 “멈추는 힘”을 말한다. 가만히 바라보고, 충분히 머무는 삶.


나는 그 말을 읽다가 한 사람이 떠올랐다.


이번 흑백요리사 2 우승자, 최강록.


그는 빠르게 몰아치는 셰프가 아니다. 요란한 제스처도, 과장된 설명도 없다. 대신 그는 재료 앞에서 오래 머문다. 칼질 하나, 불 조절 하나에 서두름이 없다. 보는 사람까지 숨을 고르게 만드는 속도. 경쟁 프로그램 안에 있으면서도 이상하게 경쟁 바깥에 서 있는 사람처럼 보였다.


한병철이 말한 ‘무위’가 떠오른다.


무위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게 아니라, 억지로 쥐어짜지 않는 태도다. 최강록의 요리는 그런 느낌이다. 과하게 설명하지 않고, 과하게 꾸미지 않는다. 재료가 자기 목소리를 내도록 한 발 물러선다. 그 물러섬이 오히려 강하다.


나는 그의 책을 읽으며 그 점을 더 또렷하게 느꼈다. 그는 성취를 자랑하기보다 과정에 대해 말한다. 잘된 날보다 흔들리던 시간들을 더 오래 들여다본다. 요리를 통해 무엇을 얻었는지가 아니라, 요리 앞에서 자신이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조용히 적는다. 성과를 전면에 내세우기보다 시간을 들여 쌓인 감각을 이야기한다.


지금 우리는 너무 빨리 결과를 묻는다.


몇 분 만에 완성되는 레시피, 몇 초 만에 소비되는 영상. 하지만 최강록의 태도는 다르다. 오래 끓이고, 천천히 졸이고, 기다린다. 그 기다림이 맛을 만든다고 믿는 사람 같다. 그 모습이 한병철이 말한 ‘머무를 수 있는 시간’을 떠올리게 한다.


관조하는 삶은 거창하지 않다.


잠시 멈추는 것. 한 가지에 오래 집중하는 것. 듣는 것. 기다리는 것. 최강록은 요리를 통해 그걸 보여준다. 경쟁의 한복판에서도 자기 속도를 잃지 않는 사람. 이기는 순간에도 들뜨지 않고, 지는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 사람.


그래서 나는 그의 우승이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하나의 태도처럼 느껴졌다. 더 빨리, 더 강하게가 아니라, 더 깊게. 한병철의 철학이 문장으로 시대를 고발한다면, 최강록은 부엌에서 그 고발을 삶으로 증명하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 감상평은 그래서 철학에 대한 글이면서 동시에 한 요리사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우리는 지금 무엇을 향해 달리고 있는가. 그리고 우리는 언제, 어디에서 멈출 수 있는가.


그 질문 앞에 나는 그의 요리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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