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여름은 안녕하나요?
그늘에 갇힌 여름
늦여름의 햇볕은 아직 뜨거웠다.
그러나 그 속엔 어느덧 물러가는 계절의 흔적이 느껴졌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의 발걸음도 미묘하게 변해 있었다. 여름의 끝자락에서 그들은 무언가를 떠나보내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나 역시 그들 사이에 섞여, 익숙한 길을 걸었지만 어딘가 낯설게 느껴졌다. 가로수는 마지막으로 푸른 잎사귀를 흔들며, 내리쬐는 햇볕을 그늘로 받아냈다. 그 사이로 길 위에 드리운 그림자는 바람에 흔들려 끊임없이 변했다. 그 장면을 바라보며 문득 그리움이 스며들었다. 어디를 향한 그리움인지 알 수 없었지만, 그 감정은 오래전 기억을 떠올리게 했다.
한가로운 여름날의 오후, 느긋하게 걷던 거리, 따스하게 내리던 햇볕, 이 모든 것이 이제는 지나간 시간 속에 묻혀 있었다. 그럼에도 늦여름의 풍경은 동시에 새로운 시작을 예고하고 있었다. 익숙한 일상이 낯설게 느껴지는 순간, 새로운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길거리의 소음과 햇볕의 온기, 바람에 실려오는 냄새마저 그 시작을 알리고 있었다. 그 낯선 풍경 속에서 나는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시작은 내가 간절히 바랐던 것들의 반영일지도 모른다.
길을 따라 걸으며 다가올 날들을 생각했다.
그리움은 여전히 마음 한켠에 남아 있었지만, 그 속에 기대감이 자리했다. 늦여름의 끝자락에서 나는 새로운 시작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시작이 내가 바라던 모든 것을 담아주길 희망했다.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햇볕은 여전히 밝았고 바람은 부드럽게 불어왔다. 일상 속에서 느끼는 낯섦은 때로는 시작의 신호일지도 모른다. 그 낯섦이 결국 나를 더 나은 곳으로 이끌어줄 것임을 믿으며, 늦여름의 일상 속에서 그리움과 시작을 안고 새로운 길을 걸어가기로 했다. 어쩌면 그 길의 끝에서 내가 바랐던 모든 것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