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한옥마을 완전정복 [02]
25년간 전국을 누비며 맛집을 찾아다닌 디지털 노마드로서, 전주만큼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도시를 본 적이 없다. 전주에 왔다면 단순히 한옥을 보고 사진만 찍고 돌아갈 수 없다. 이곳은 미식의 도시이자, 관광객과 현지인이 모두 만족할 만한 음식의 성지다.
하지만 여기서 함정이 있다. 한옥마을 입구에 즐비한 '관광지 맛집'들 사이에서 진짜 맛집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나 역시 처음 전주를 방문했을 때, 블로거들이 추천한다는 곳에서 실망스러운 비빔밥을 먹고 "이게 전주비빔밥?"이라며 고개를 갸웃했던 기억이 있다.
그래서 이번에는 다르다. 현지 택시기사님, 한옥마을에서 30년째 살고 계신 할머니, 전주 토박이 친구들이 직접 추천해준 진짜 맛집들만 엄선했다. 관광객도 만족하고, 현지인도 인정하는 그런 곳들 말이다.
전주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는 단연 전주비빔밥이다. 하지만 많은 여행객들이 착각하는 것이 있다. '화려하고 예쁜 비빔밥=맛있는 비빔밥'이라는 공식 말이다.
진짜 전주비빔밥은 보기보다 맛에 집중한다. 고슬고슬한 밥 위에 각종 나물들이 올라가는데, 여기서 중요한 건 나물 하나하나의 간이다. 제대로 된 곳은 도라지, 고사리, 시금치, 당근, 무... 각각의 나물을 따로따로 무쳐서 각자의 맛을 살린다. 그리고 마지막에 올라가는 계란과 육회, 그리고 고추장의 조화까지.
콩나물국밥은 전주에서 아침 식사로 인기가 많다. 하지만 이것도 아무 곳에서나 먹으면 안 된다. 진짜 콩나물국밥은 뽀얀 국물에 콩나물이 듬뿍 들어가되, 콩나물이 아삭하면서도 국물맛이 시원해야 한다.
30년 전통의 한 국밥집 사장님이 말씀해주신 비법: "콩나물을 너무 많이 끓이면 질펀해져요. 아삭한 식감을 살려야 진짜 콩나물국밥이지." 그 말을 들으니 왜 어떤 곳은 맛있고 어떤 곳은 밍밍한지 이해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