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설비는 문재인 정부 때가 아니라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부터 적극 장려했습니다. 2012년 이명박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를 시행하면서 전체 에너지 생산량에 대체 에너지를 포함했고, 박근혜 정부는 2015년부터 태양광 신재생에너지 인증서 정책으로 태양광 발전 의무 공급량을 크게 확대했습니다. 이에 발전사업자는 수익을 올리기 위해 부랴부랴 태양광 설치 지역을 찾아 나섰고 본격적으로 전국의 산을 개발하기 시작했습니다. 발전사업 진흥을 위해 정부와 지차체는 임야 형질 변경 등 여러 혜택들을 주었습니다. 이로 인해 2015년에 태양광이 설치된 산지 면적이 전년도에 비해 3배 정도 급증했고, 이후 계속해서 늘었습니다.
이 같은 산지 태양광 설비 설치에 제동이 걸린 건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하반기입니다. 대체 에너지를 늘린다는 명분으로 산림을 무자비하게 훼손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과안전성 때문입니다. 그래서 2018년 태양광을 설치할 수 있는 경사도를 이전 25도에서 15도로 바꿨습니다. 이를 통해 산지 설치 면적 증가량이 반 이상 줄어들었습니다.
지자체 태양광 입지규제 조례
‘2050년 탄소 중립’을 선언했던 문재인 정부는 최근 그린뉴딜정책 일환으로 재생에너지 확산에 노력 중입니다. 그렇지만 전국의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이 태양광을 기피하는 주민들 민원에 각종 입지규제를 만들어 도로나 주택으로부터 상당한 이격거리를 유지하게 했습니다. 경기도 여주성결교회가 교회 야외 주차장에 100㎾ 규모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설치 불가능했습니다. 근처 도로에서 200m 이상 떨어져야 한다는 ‘태양광 이격거리’ 조례 때문이었습니다. 대도시에서는 높은 부동산 임대료 탓에 태양광 발전 사업은 경제성을 상실했기에 도시를 벗어나 농어촌으로 태양광발전사업무대가 이동했습니다. 그렇지만 태양광 규제 조례로 인해 설치 장소를 찾지 못한 태양광 패널이 인적 드문 산으로 내몰렸습니다.
태양광 입지규제는 기초자치단체가 지역주민 민원을 그대로 받아들인 결과입니다. 대표적 민원은 중금속 오염, 전자파, 빛 반사, 경관 저해 등에 대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 민원 내용 대부분 태양광 보급을 탈원전 정책과 연계시키는 진영에서 퍼뜨린 가짜 정보와 일치합니다. 가짜 정보에 기인한 민원을 주민이 계속 넣는 이유 중 하나는 태양광 발전 사업이 지역에 별 도움 안 되는 외부자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로 인해 태양광에 대한 주민 수용성이 무척 낮습니다.
2017년 산업통상자원부는 각 기초자치단체의 태양광 입지규제를 폐지하는 지침을 발표했지만 법적 구속력이 없다 보니 이후 규제는 오히려 늘었습니다. 주민 민원 관련 선거 표를 의식하는 지자체장의 결정 때문입니다. 현재 전국 226개 기초자치단체 중 절반이 넘는 123곳에서 태양광 입지규제를 시행 중입니다. 대부분 도로·주택 이격거리 규제입니다.
제도-기술 간 부정합성
앞의 내용에서 찾아볼 수 있는 태양광 설비가 산으로 내몰리게 된 근본 요인은 바로 태양광 패널입니다. 가짜 정보에 기인한 여부를 떠나, 주민 민원 내용 대부분은 패널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태양광 입지규제 조례에 맞추어 패널을 설치하려다 보니 자연스레 산으로 올라가 산림을 훼손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태양광발전을 위해서 꼭 패널을 사용할 필요는 없습니다. 건물 외벽이나 유리창에 부착할 수 있는 박막형 전지가 개발되어 있습니다. 이 전지 사용 시 패널형 전지가 유발하는 여러 문제를 극소화시킬 수 있습니다. 게다가 비용면에서도 패널형보다 훨씬 경제성이 좋습니다.
그런데 왜 태양광발전 설비에 박막형 전지가 아닌 패널형 전지가 많이 사용되는 걸까요? 그 이유는 제도와 기술이 서로 맞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태양광 발전 관련 여러 제도들이 패널형을 다량 설치하는 태양광 사업을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장에 박막형이 침투할 여지가 상당히 적습니다. 정부나 지자체가 주도하는 각종 공공 조달에서도 현재의 발전량을 중심으로 접근하기에 박막형 비중은 거의 없는 실정입니다.
또한 국내 태양광 시장은 패널형 위주로 형성되어 있지만 대학과 출연연 연구는 거의 박막형에 집중되어 있는 국내 태양광 산업의 구조입니다. 이로 인해 기술 공급자와 기술수요자 간 괴리가 근본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제도, 산업구조, 기술 간의 부적합성이 현재 태양광 설비가 산으로 올라가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멀어지는 소규모 분산형 에너지 발전
농어촌 입지규제가 늘면서 소규모 태양광 신규 보급 용량은 줄고 있습니다. 2016~18년 특·광역시를 제외한 도 단위 태양광 신규 보급 용량을 보면 전체적으로 7.7%가 줄었습니다. 국내 태양광 보급 용량은 전체적으로 늘고 있지만 주로 3㎿ 이상 대규모 사업이 늘어나 ‘소규모 분산형'이라는 애초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습니다.
2017년 마련된 ‘재생에너지 3020 이행계획’을 보면, 정부는 2030년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목표 63.8GW 가운데 가장 많은 57%인 36.5GW를 태양광으로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 중 절반인 17.5GW가 농가나 협동조합 등 소규모 사업에 의한 것입니다. 그런데 입지규제가 이대로 확산하면 소규모 태양광 보급 목표 달성은 쉽지 않을 전망입니다.
실제로 경기도 여주시는 재생에너지 3020 계획에 따라 여주시의 사업용 태양광으로 해마다 40㎿ 이상을 보급해야 하는데 이격거리 규제로 2018년 이후 급감하기 시작했습니다. 말 그대로 저수지를 개방해놓고 그 물꼬를 틀어막고 있는 격입니다.
대안
핵에너지의 문제점 그리고 이번 코로나 19로 인해 에너지 전환의 필요성을 많은 국민들이 느끼고 있습니다. 이제 에너지 전환을 어떻게 하느냐 즉 전환 경로 설계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산림을 비롯한 자연환경 파괴를 극소화하는 생태적 가치가 농후하게 스며든 에너지 전환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우선 기술 공급자와 기술수요자의 괴리를 좁힐 방안을 모색해야 합니다. 박막형 전지에 대한 수요가 있어야 이 괴리를 좁힐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패널 중심의 제도를 손보아야 합니다. 그리고 사업자와 시민대상으로 박막형 태양전지에 대한 홍보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하고 박막형에 대한 지원도 늘려가야 합니다.
국내 에너지 전환 경로 설계 주 전략은 시장 활용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즉 사유화를 통한 공정한 시장 경쟁을 바탕으로 에너지 전환을 시도하는 전략입니다. 그러나 이는 무분별한 산림과 농지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시장 활용 이외 여러 전환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 지역에너지공사나 에너지 시민이 주도하는 사회적 경제를 통해 전력산업을 분산화하며 에너지 전환을 추구하는 전략을 모색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