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덕 거리며 나는 닭에게 모이주다 손등을 쪼인 날
몇 년 전, 귀촌을 결심하고 새로운 터전을 잡은 지인의 집에 초대되어 놀러 간 적이 있었다. 아파트에만 살던 지인 부부는 큰맘을 먹고 땅을 알아보며 집을 짓는 것까지 발품을 팔아 고민 끝에 지리산을 매일 아침 감상할 수 있는 곳에 자신들만의 집을 지었다.
눈앞에 지리산의 사계절을 감상할 수 있는 집이라니…. 부럽기 그지없었다. 그런데 집에 들어서자마자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건 바비큐 파티를 매일 열어도 좋을 만큼 널찍한 마당도, 싱싱한 채소들이 빼곡히 자라 있는 텃밭도 아닌 애완동물처럼 사람을 졸졸 따르던 닭들이었다.
특히, 태어나 살아 있는 움직이는 닭을 처음 본 딸아이는 신기해하며 닭들을 계속 쫓아다녔는데, 도대체 언제 달걀을 낳느냐며 닭들 옆을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매일 아침 달걀 반찬이 없으면 밥을 먹지 않는 아이에게는 그 달걀이 탄생하는 순간이 무척 궁금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이뿐만이 아니라, 나 또한 십여 마리의 닭 중 날개를 푸드덕거리며 나는 녀석을 보고는 놀라움을 금치 못했는데, 나의 어릴 적 기억 속, 닭장 안에 갇혀 지쳐 있던 표정의 닭들과는 사뭇 달랐다. 너무나 건강했고 활력이 넘쳐 보였다. 왠지 이런 닭들이 낳은 달걀로 요리한 음식의 맛 또한 건강하고 맛 좋은 음식이 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그포비아를 기억하나요?
그런데, 내가 지인 집에 방문했을 그 시기에는 에그포비아라는 말이 떠돌 정도로 달걀에 대한 공포감을 느끼던 때였다. 하루에 한 개꼴로 자주 먹던 달걀 요리는 더는 저녁 식탁에 올라오지 않게 되었고, 달걀을 먹을 수도, 구하기조차도 힘들었다. 또, 불과 며칠 사이에 대형 상점과 슈퍼에서도 달걀을 찾아볼 수 없게 되었는데, 그 원인은 바로 달걀에서 검출된 살충제 성분 때문이었다.
달걀 속 살충제, 어떤 물질인가?
2017년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자료에 따르면, 산란계 농장 전수검사 결과, 검사대상 1,239개 농가 중 총 52개 농가가 부적합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울러 52개 농장에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달걀에 대해 회수 및 폐기를 하는 등 후속적인 추적조사와 그에 따른 조처를 하겠다고 발표했는데, 그렇다면 달걀에서 나온 피프로닐, 비펜트린 같은 살충제는 어떤 물질인지 알고 있는가?
먼저, 피프로닐은 닭을 포함한 가축에게 사용이 금지되어 있으며, 애완용 개와 고양이에서 벼룩, 진드기 제거용으로 사용되며, 구토와 복통, 현기증 등을 유발하며 특히 우리 몸에 쌓이게 되면, 간과 신장을 망가뜨릴 수 있는 물질이다. 또 비펜트린은 국화류에 있는 성분으로 이 제거용으로 사용되는 물질이며 미국 환경보호청에서는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물론, 식약처가 발표한 달걀 내 살충제에 대한 인체 위해성 평가 결과를 보면 살충제에 오염된 달걀을 우리나라 국민이 하루 섭취하는 양과 살충제가 검출된 최대치의 수를 활용하여 극단적으로 계산을 했을 경우 위험도는 거의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과를 발표하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러한 살충제 달걀을 장기적으로 섭취 시에 관한 연구가 부족한 상황에서 단순히 문제가 없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 이유는 어쩌면 유해성과 위해성에 대한 잘못된 이해의 차이라고 설명할 수도 있겠다. 단순히 우리가 생각하는 어떤 물질 속 독성에 대해 짧은 시간 또는 긴 시간 동안의 노출에 의한 결과를 급성 또는 만성독성이라고 바라보는 관점은 유해성이다.
따라서 이러한 유해성은 그 대상 물질에 대한 노출이 없으면 또는 기준치를 넘지 않으면 단순히 문제가 없다고 판단할 수 있다. 하지만 위해성의 개념은 다르다. 위해성은 물질에 대한 유해성에 실제 그 물질의 사용량이나 섭취량, 노출되는 혹은 접촉하는 시간 등 다양한 요인들을 매체별로 고려하여 사람에게 미칠 총체적인 개념의 위해성을 평가하는 것이다.
특히, 달걀에 대한 아이들과 어른들의 섭취량이 다르므로 아직 성장과 발달이 진행 중인 어쩌면 살충제와 같은 이러한 유해 물질들이 아이들에게 얼마나 더 민감하게 반응할지, 그것이 또 성인이 되었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는 알 수 없다는 뜻이다. 덧붙여 말하자면 이러한 살충제 물질에 대한 독성 또한 아직 정확하게 완전히 밝혀지지 않았기에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물론, 소비자로서는 내가 먹은 달걀이 살충제가 들어 있었던 건 아닌지, 먹었다면 문제가 없는지? 에 대한 관심이 가장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게 또 한 가지 있다. 그것은 사용되면 안 되는 피프로닐과 비펜트린과 같은 살충제가 쓰였다는 지울 수 없는 사실과 그것이 우리 몸에 영향을 줄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었다는 점에서 앞으로 우리의 식탁에서 에그포비아에 대한 충격은 영원히 사라질 수 없다는 점이다.
금지된 살충제를 써야만 했나?
그렇다면, 이렇게 일반적으로 규정상 사용이 금지된 살충제인 피프로닐을 사용한 이유는 무엇일까? 농림축산식품부는 유독 무더위가 심했던 그해 여름, 고온 현상으로 인해 덥고 습한 날씨 탓에 닭진드기가 극성을 부리자 이를 없애기 위해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으며, 실제로 한 농가 주인은 주변 농가에서 진드기 박멸에 효과가 좋다는 말을 듣고 피프로닐을 썼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반적으로 양계장은 A4 종이보다도 작은 공간인 케이지에서 닭을 사육하기 때문에 닭의 몸에 벌레나 진드기 같은 해충들이 많이 달라붙어도 스스로 제거하지 못하게 된다. 따라서 이로 인해 진드기가 많이 달라붙어 닭의 피를 빨아 먹어서 닭이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면역력이 떨어져 알을 잘 낳지 못하는 현상이 생겨 양계장에 큰 손실이 발생해 이를 막고자 일부 양계장에서 살충제 성분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잠깐, 살충제 걱정 없는 달걀이 있다고?
그러나, 모든 양계장이 앞서 말한 것과 같은 환경에 놓여 있는 것은 아니다. 좁은 케이지들로 빼곡히 차 있는 공장식 축산 농가가 아닌, 살충제 없이 울타리 안에서 자유롭게 닭을 풀어 키우는 농가들에서 자란 건강한 닭들의 경우에는 이야기가 다르다.
이처럼 평사 사육으로 자란 닭들은 발로 모래를 뿌리거나 땅을 파서 몸을 비비는 등, 일광욕과 모래 목욕을 통해 몸에 기생하는 진드기와 벌레를 제거하기 때문에 산란 시기에 살충제나 항생제, 성장호르몬제 등의 사용이 필요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달걀의 정보를 우리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그 해답은 바로 달걀껍데기에 있다.
< 달걀 껍데기 정보 확인 Tip >
달걀껍데기에 표시되는 정보는 모두 10자리
- 맨 앞 4자리 숫자는 산란 일자(예 : 산란일이 10월 12일이면 1012로 표시)
- 다음 5자리는 생산자(농장) 고유번호(가축사육업 허가·등록증에 기재된 고유번호)
- 마지막 1자리는 닭 사육 환경번호(1부터 4까지로 구분되는데, 닭 사육 환경은 숫자가 낮을수록 좋다)
1 : 방사(1.1㎡/마리)_방목장에서 동물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음
2 : 평사(9마리/㎡(0.1㎡ 마리)_케이지 안팎을 자유롭게 다닐 수 있음(축사 내 개방형 케이지 포함)
3 : 개선 케이지(0.075㎡/마리)
4 : 기존 케이지(0.05㎡/마리)
<참고 문헌>
- 식약처 보도자료, 《살충제 검출 계란 관련 추적조사 및 위해성 평가 결과 발표》, 2017.08.21.
- 대한산업보건협회, 《달걀의 살충제 오염사건의 교훈》, 산업보건 2017년 9월호 Vol.353.
- 김성균, 《살충제 달걀, 발암 생리대 위해성 논란에서 배울 것들》, 서울대학교 보건대학원 환경보건학과.
KJPH. 2017. 54(2):3-12.
- 농림축산식품부 보도자료, 《국내 달걀 안전관리 대책 추진상황》, 2017.08.17.
- 식품의약품안전처, 농림축산식품부, 《달걀껍데기에 정보가 있습니다》, 컨슈머핫라인, 2019.02.26.
Vol.3. (Issue.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