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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연구원 Apr 02. 2021

"에코맘들의 수다"를 시작하며...

프롤로그

 어린 시절, 말수도 적고 내성적인 성격 탓에 나는 친구가 많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책과 영화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고, 요즘도 새로운 영화가 나오면 누구보다 먼저 극장을 찾는 이유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까지 본 그렇게 수많은 영화 중에서도 몇 년 전에 봤던 ‘보헤미안 랩소디’는 나에게 좀 더 특별하게 다가왔다. 

 주인공 프레디 머큐리의 인생에서 ‘Queen’이라는 이름은 그에게 무한한 에너지와 가능성을 안겨 주었고, 나아가 그의 음악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주기도 했는데, 나 또한 같은 경험을 한 덕분이었다. 어쩌면, 프레디 머큐리에게 ‘Queen’은 태어날 때 숙명처럼 주어지는 이름이 아닌, 의지가 반영된 이름이었기에 더 많은 가치와 염원을 담을 수 있었고, 그것이 곧 그의 인생에 엄청난 영향을 주게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그리고 프레디 머큐리에게 ‘Queen’이라는 이름이 있는 것처럼, 나에게도 이 책의 시작이 된 ‘에코맘들의 수다’ 역시 내 염원을 담아 만든 내 인생을 180도 바꿨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큰 에너지를 지닌 나의 또 다른 이름이 되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를 꺼내고 나니, ‘에코맘들의 수다’라는 이름도, 그리고 에코맘 중에서도 앨리스라는 나의 별명도 좀 더 거창한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에코맘들의 수다’라는 팀명을 만든 건 순전히 라디오를 하기 위한 형식적인, 편하게 부를 이름이 필요해서 만든 정말 단순한 이유였다. 

 마이크 앞에 서서 첫 라디오 녹음을 하던 그 순간, 나뿐만 아니라 함께 있던 멤버 모두 헤드셋을 타고 들리는 자신의 목소리에 대한 낯선 느낌과 긴장감 때문에 선뜻 입을 떼기가 무척 힘들었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각자가 불리고 싶은 자신의 별명을 고민 끝에 정하고 라디오 녹음을 할 때마다 서로의 별명을 부르기 시작하니 언제부턴가 마이크 앞에 섰을 때 두려움과 긴장감은 사라졌다. 그리고 각자의 별명처럼 전혀 다른 사람이 된 듯 강인함과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으로 우리는 변해있었다. 

 그렇게 부천에서 마을 라디오를 시작한 이후, 아직도 라디오 방송을 할 때면 에코맘들의 수다 멤버 모두 각자의 별명을 설명하고 시작하는데, “어딘가에 있을 이상한 나라를 꿈꾸고 찾아다니고 있는 앨리스입니다”로 시작하는 나의 소개 멘트는 항상 한결같다. 이상한 나라 속 앨리스의 모습처럼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고 세상을 향해 나아가는 그런 용기와 강인함이 늘 닮고 싶어 지은 별명이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건 이런 별명의 알 수 없는 마법 덕택 인지, 앨리스란 이름으로 에코맘들의 수다에서 활동하면서 나는 정말 많이 변했고, 나만의 이상한 나라를 찾고 있다.실제로 나의 십년지기 친구조차 내가 변했다고 말할 만큼, 정말 앨리스란 이름을 얻기 전 나의 생활은 지금과 너무나 달랐다. 

 라디오와 음악, 영화감상이 인생의 전부였던 중학생 시절, 친구들과 편지를 주고받는 것에 목숨을 걸었던 철 없던 여고 시절을 지나 재수 생활을 통해 뒤늦게 공부에 대한 재미 하나로 서울에서 여대라면 알아주는 학교의 대학원에 진학했고 정말 공부만 했다. 그렇게 노력한 끝에 환경 연구원이라는 직업을 얻게 되었고 지금의 남편을 만나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그러나, 워킹맘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야근과 육아를 병행하며 연구소 생활을 이어나가기에는 장애물이 너무나 많았다. 아이가 아프기라도 하면 눈치를 보며 휴가를 써야 했고, 그 사이 나의 건강도 점점 나빠졌다. 결국,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연구소에 사표를 던졌고,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느껴보지 못했던 꿀맛 같은 휴식에 석 달간은 정말 행복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건강을 되찾고 나니 공부만 하며 다른 것에는 전혀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나는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잘하는 것이 무엇이었는지 조차 알 길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누구의 엄마? 주부? 라는 이름만이 나에게 남아 있을 때였다. 친정 부모님의 이삿짐 정리를 도우며, 친구들과 주고받았던 편지들, 그 사이에 초등학교 2학년 때부터 중학교 때까지 쓴 어마어마한 양의 일기장들과 독후감 상과 글짓기 상장들을 보니, 어릴 적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그 길로 어떠한 목적도 없이, 목표도 없이, 그저 무작정 내가 쓰고 싶은 대로 글을 쓰기 시작했다. 

 그런데 운 좋게도 그렇게 쓴 글이 좋은 생각에서 입선을 시작으로 주부수필공모전에서 가작을 받았고, 다음 해에는 경기도시공사 공모전에서 수필로 장려상까지 받는 행운을 경험했다.

 그렇게 나는 수필을 시작으로 더 많은 활동을 하고 싶어졌고, 한 발 나아가 기자단 활동을 통해 취재와 인터뷰를 해 보고, 객원기자로서 기사도 쓰며 다양한 미디어의 매력에 점점 빠져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 이후 영상을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다는 욕심에 부천 시민 미디어센터의 영상 제작 전문인력 양성과정을 이수하며 나만의 미디어를 만들고 싶다는 더 큰 꿈을 갖게 되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수필공모전에서 당선이 되고, 재미 삼아 스마트 폰으로 동영상을 만들어서 출품했던 ‘나의 도시농부 도전기’라는 작품으로 UCC 공모전에서 운 좋게 상을 받게 된 것도, 서류 마감 하루 전날 국비 지원으로 진행되는 영상 제작 교육 공고를 보게 된 것도 대단한 우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기회는 운 좋게 다가왔지만, 시작과 끝까지 전부 다 쉬웠던 것은 결코 아니다. 

 취업과 창업이 목적인 국비 지원교육인 탓에 면접장에서 20대 친구들 사이에 홀로 30대, 그것도 아이가 있는 주부라는 타이틀은 책임감이 없을 것이라는 혹은 아이를 핑계 삼아 빠지는 등, 불성실할 것이라는 강한 선입견과 고정관념으로 똘똘 뭉친 면접관들의 질문에 나는 시작부터 힘이 빠졌다. 

 또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대학 생활보다 더 빡빡한 시간표와 무엇보다 카메라 촬영과 편집 등 평소에 내가 접해 보지 못했던 생소한 교육들, 또 팀을 이루어 결과물을 만드는 등의 작업은 몸과 마음을 정말 지치게 만들기도 했다.

 하지만 그저 좋아서 시작한 내가 결정한 일이니만큼, 또 아줌마라는 편견을 무너뜨리기 위해서, 20대 친구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며 밤을 새워서라도 내가 맡은 부분은 꼭 완성하고야 말겠다는 마음가짐으로 정말 피나는 노력을 했다.  

 그 와중에 내가 연출을 맡아 더더욱 부담감이 컸던, 마지막 수료 작품인 학교 홍보영상을 만들며 기획부터 촬영까지 무사히 끝내고, 마지막 과정인 편집만 남은 상태에서 편집하던 친구가 갑자기 잠적하는 일도 있었고, 상영 직전까지 자막을 고치는 등, 다른 팀에 비해 우여곡절이 많았지만, 그 때문인지 수료 작 상영 때 나도 모르게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무사히 마친 영상 제작 전문인력 양성과정인 ‘점프 업’ 과정은 또다시,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3분에 걸친 짧은 영상으로 간결하면서도 개성 있는 영상과 중요한 메시지로 전달하고 싶다는 다른 꿈을 갖게 했다. 그런데 그때 또 한 번의 우연이 기회로 찾아왔다. 부천 시민미디어 센터에서 마을 미디어 시범사업으로 라디오 교육을 무료로 가르쳐 주고 라디오 녹음 제작까지 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그런 미디어 교육사업이 생긴 것이다. 

 상상만으로도 너무 좋았다. 여고 시절, 밤새 즐겨 듣던 라디오에 대해 배울 수 있고, 직접 녹음도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서류를 냈고 곧장 팀원들을 모으기 시작했다. 나도 모르는 사이, 영상교육을 받고 난 이후 무언가에 대한 도전은 나에게 더는 장애물이 아닌 설렘과 기대감으로 자리 잡고 있었기에 이 모두가 가능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서류제출 마감일을 며칠 앞두고 가장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 바로 라디오 팀의 이름이었다. 너무 흔한 이름은 싫고, 내가 라디오를 통해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가 잘 드러나는 그런 이름을 찾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연구소를 그만두고 그동안 해 보고 싶었던 것들을 마음껏 해 보라며 항상 아낌없는 응원을 해주던 남편과 맥주 한잔하면서 이야기를 하던 중에 “에코맘들의 수다”라는 평범하면서도 개성 있는 그 이름이 아주 자연스럽게 만들어졌다. 

 내가 7년 동안 일했던 환경 쪽 이야기를 소재로 해 보고 싶던 내 생각에 에코맘이라는 이름과 너무 무겁지 않게 수다라는 이름을 합쳐 만들어진, 에코맘들이 수다라는 이름은 나의 든든한 지원군이자 영원한 팬인 남편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된 이름이었다. 

 그렇게 에코맘들의 수다는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건강한 육아를 꿈꾸는 주부들로 구성된 마을 라디오 팀으로서 결성되었다. 2016년 가을부터 시작해, 나는 앨리스란 이름으로 엄마들의 고민과 걱정거리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나누고, 해결 방법을 찾아 나서는 에코맘들의 수다 라디오 DJ다.

 이 책은 이렇게 탄생 된 에코맘들의 수다 시즌 1부터 5까지의 라디오 속 내용의 주제가 되었던일상생활 속에서 우리가 알게 모르게 노출되는 유해화학물질들에 대한 예방법들과 건강을 위한 소소한 실천 방법들을 담았다. 

 내가 꿈꾸는 에코맘의 시작은 어렵지 않다. 이 책을 펼치는 작은 호기심이면 충분하다. 그저 이 책을 끝까지 읽고 나면, 먹고, 입고, 즐기고, 선택하고, 실천하기 단계까지 함께하며 나도 모르는 사이에 에코맘으로 변신한 자신의 모습에 놀라기를 바란다. 또, 에코맘에 그치지 않고 환경을 지키기 위한 마음이 나비효과처럼 퍼져나가기를 희망하며, 나와 같은 간절한 바람을 가진 모든 분들에게 이 책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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