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격양가(擊壤歌)〉_1
H01. 아, 태평성대로다! / 〈격양가(擊壤歌)〉_1
시(詩)가 처음에는 노랫말, 곧 가사(歌詞)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다시 말하면, 노래에서 출발한 것이 시인 것이지요.
그렇다고 노래가 시로 발전했다고 말하기는 다소 무리가 있습니다. 발전이라는 말을 쓰는 순간 노래가 시보다 못하다는 뜻이 되니까요.
그래서 노래는 노래대로 이어져갔고, 노래 가운데 일부가 시가 되었다, 또는 시로 나아갔다는 식으로 이해하면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미국의 싱어송라이터인 밥 딜런이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결정된 것도 이런 맥락에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을까요.
노래와 시는 그런 관계입니다. 노래이자 시이고, 시이자 노래인 관계요.
〈격양가〉는 숫제 ‘노래 가(歌)’자가 제목에 들어 있으니, 이건 시라기보다는 노래라고 하는 편이 더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실제로 《시경(詩經)》에 실려 있는 시들이 실은 당시 세간에서 불리던 노래들, 더 정확하게는 노랫말들 아닙니까.
그러니까 《시경》과 마찬가지로, 요임금 시기에 불렸다고 알려져 있는 작자미상의 〈격양가〉도 한 편의 노랫말인 셈인데, 이를 가리켜 문학사에서는 그냥 ‘고대가요’라는 명칭으로 부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이 시(詩)의 원형인 것만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지요.
이 〈격양가〉는 기본적으로 노래라서 비교적 수월하게 의미 파악이 되는 느낌이지만, 막상 엄밀하게 번역하려고 들면 까다로운 대목들이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첫 구는 ‘日出而作(일출이작)’입니다.
산문이라면 ‘일출이/작’으로 끊어 읽겠지만, 노랫말이므로 리듬감을 살려서 ‘일출/이작’으로 끊어 읽는 게 나을 듯도 합니다.
우선 대표 훈으로 해석을 하면 ‘해가 나오면 짓는다’라고 할 수 있겠지요.
뜻은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갑니다. 날이 밝으면 일어나 서둘러 아침밥 챙겨 먹고 일하러 나간다는 뜻 아니겠습니까. 정착 생활을 시작한 농경문화 시대 이후로 지금까지도 우리는 그런 기본적인 생활 패턴으로 살아가고 있으니까요.
여기서 ‘말 이을 이(而)’자는 ‘너(당신, 그대)’라는 이인칭대명사로 쓰일 때를 제외하고는 접속사와 어조사로 널리 쓰이는 글자입니다. 따라서 문맥을 고려하여 잘 어울리도록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여기서는 ‘일출(日出)’이라는 조건에서 ‘작(作)’을 하는 것이므로 ‘~면’이 어울리겠지요.
문제는 ‘지을 작(作)’인데, 이 글자에는 ‘일어나다’와 ‘일하다’라는 뜻이 다 있으므로 ‘해가 뜨면(日出而)’과 잘 호응하도록 번역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 ‘日出而作(일출이작)’은 ‘해가 뜨면 일어난다’나 ‘해가 뜨면 일한다’라고 할 수 있겠지요.
다음 둘째 구는 ‘日入而息(일입이식)’입니다. 첫 구와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지요? 끊어 읽기는 첫 구와 같이 ‘일입/이식(일입이/식)’이라고 하면 되겠고요.
여기서는 맨 뒤의 ‘쉴 식(息)’자만 주의하면 되겠습니다.
첫 구와 같은 식으로 해석하면 우선은 ‘해가 들면 쉰다’가 되겠지요.
첫 구를 고려하여 ‘쉬다(息)’라는 의미와 잘 호응하도록 번역하면 ‘해가 지면 쉰다’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데, 한자는 품사의 통용이 융통성 있게 허용되므로 ‘해 일(日)’자를 동사로 보아 ‘해가 뜨다’라고 보면, 첫 구의 번역은 ‘해가 뜨면 나가서 일한다’가 됩니다. 이 자체만으로는 의미가 잘 통해서 문제가 없어 보입니다.
하지만 문맥상 다음의 ‘日(일)’자도 ‘해가 뜨다’라고 보면 둘째 구는 ‘해가 뜨면 들어와서 쉰다’가 되어 의미가 통하지 않는 엉터리 문장이 되고 맙니다.
따라서 앞의 두 구에서 ‘日(일)’자는 모두 명사로 ‘해’라고 번역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물론 좀 더 시적인 느낌을 살려서 멋스럽게 첫 구는 ‘날이 밝으면 일한다’로, 둘째 구는 ‘날이 저물면 쉰다’로 번역할 수도 있겠지요.
셋째 구는 ‘鑿井而飮(착정이음)’입니다. 역시 앞의 두 구와 똑같은 구조입니다. 끊어 읽기는 ‘착정/이음(착정이/음)’으로 하면 되겠고요.
두 번째 자리의 ‘우물 정(井)’자와 맨 뒤의 ‘마실 음(飮)’자는 그리 어렵지 않은데, 맨 앞의 ‘뚫을 착(鑿)’자가 좀 복잡하지요? ‘굴착기(掘鑿機)’나 ‘굴착(掘鑿)하다’ 할 때의 ‘착’이 바로 이 글자입니다. 여기서 ‘굴’은 ‘팔 굴(掘)’자로, 역시 쉬운 글자는 아니네요.
하지만 이 셋째 구에서 정작 주의할 글자는 ‘말 이을 이(而)’자입니다.
앞의 두 구에서처럼 조건의 의미로 ‘~면’이라고 번역하면 ‘우물을 뚫으면 마신다’가 되어 어딘가 조금 어색한 느낌입니다.
이 셋째 구는, 첫 구가 둘째 구와 호응하듯이, 다음의 넷째 구와 호응 관계를 이루는 구이므로 이 점을 고려하여 ‘우물을 뚫어서 마신다’라고 하면 의미가 통하는 문장이 되겠습니다.
물론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라는 우리 옛말도 있으니, ‘뚫는다’보다는 ‘판다’가 더 어울리는 느낌이기는 합니다. 그럼 ‘우물을 파서 마신다’라고 하면 좀 더 자연스러운 어감의 문장이 되겠지요.
넷째 구는 ‘耕田而食(경전이식)’입니다. 끊어 읽기는 ‘경전/이식(경전이/식)‘으로 하면 되겠고요.
역시 구조는 앞의 구들과 똑같지만, ‘말 이을 이(而)’자의 해석을 셋째 구와 호응이 되도록 해야 자연스럽다는 점만 주의하면 되겠습니다.
‘밭 갈 경(耕)’자, ‘밭 전(田)’자, ‘먹을 식(食)’자는 다 어렵지 않은 글자들이지요?
‘밭을 갈아서 먹는다’라고 대표 훈 그대로 번역하면 무리가 없겠습니다.
여기까지 번역문들을 모아보면 이렇습니다.
‘해가 뜨면 일한다. 해가 지면 쉰다. 우물을 파서 마신다. 밭을 갈아서 먹는다.’
노랫말임을 감안하여 자연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다듬으면 다음과 같은 정도가 되겠습니다.
‘해가 뜨면 일하고, 해가 지면 쉰다. 우물을 파서 마시고, 밭을 갈아서 먹는다.’
여기서 불필요한 군더더기까지 쳐내고 다시 정리하면 이렇게 되겠네요.
‘해 뜨면 일하고, 해 지면 쉬네. 우물 파서 마시고, 밭 갈아서 먹네.’
산문으로 치면 생략된 부분이 많다고 해야겠지만, 이것만으로도 문의(文意)를 이해하기가 그리 어렵지는 않지요?
날이 밝으면 아침을 든든히 먹고 농기구를 챙겨 농사를 지으러 나가고, 해 질 무렵이 되면 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와 저녁을 먹고 쉬며, 평소에 마실 물은 우물을 파서 얻고, 먹을 것은 농사를 지어서 얻는다는, 어찌 보면 너무도 뻔하고 평범한 일상생활의 모습을 표현하는 내용이니까요.
문제는 마지막 다섯째 구입니다. *(다음 글로 잇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