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순,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
P38. 엄마는 시인들보다 말을 잘한다. – 김혜순 시집, 《지구가 죽으면 달은 누굴 돌지?》(문학과지성 시인선 567, 문학과지성사)
예,
저도 시인의 생각에
동의합니다.
‘엄마는 시인들보다 말을 잘한다.’라는 시인의 생각에요.
엄마가 해주시던 옛날이야기,
그 살아오신 이야기를
들어보면
어쩜 그렇게 재미있던지요.
이야기꾼이 따로 없습니다.
어디 시인뿐이던가요.
어떤 소설가, 드라마 작가,
수필가, 평론가, 연예인,
영화감독, 영화배우, 가수,
교수, 학자 들도
우리 엄마만큼 재미나게
얘기해 주는 사람을
본 적이 없습니다.
예,
엄마는 말을 잘합니다.
한데도 시인은
이렇게
고백하고야 맙니다.
‘나는 막상 엄마가 되니 엄마가 되기 싫은데 엄마에겐 엄마가 되지 않았다고 질책한다’라고요.
아,
엄마들은 우리에게
죄다
그런 존재들인 걸까요?
우리가 그렇게
그리워하고,
좋아하고,
사랑하면서도 정작
그렇게 되기는 싫은
존재요.
심지어
그 엄마에게 시인은
엄마가 되지 않았다고
질책까지 하는군요.
여기서
‘엄마가 되지 않았다’라는 것은
엄마가 나한테
엄마다운 엄마가
되어주지 않았다는
말이겠지요.
시인 자신은
그런 엄마다운 엄마가
되기 싫으면서도
정작
그 엄마한테는
엄마다운 엄마가
되어주지 않았다고
투정을 부리는군요.
‘막상 엄마가 되’고 나서도
말입니다.
예,
그제야 알았던 것이겠지요.
엄마다운 엄마가
어떤 것인지를요.
엄마다운 엄마가 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요.
엄마도
엄마다운 엄마 되기의 어려움을
얼마나 힘들게
겪어왔겠는지를요.
그래도 결국
시인은
엄마가 되어 살아가는 삶이
너무도 힘겨울 때
결국 또
엄마를 떠올리고야 맙니다.
그리고
엄마가 자신에게
해주었던 말을
기억해 냅니다.
이렇게요.
‘엄마는 나에게 말했다. 이 세상은 잠시 머무는 호텔이야. 다 돈 내라고 하잖아.’
예,
엄마의 말은
어렵지 않아요.
하나도
어렵지 않아요.
아무리 어린 나이라도
다
알아들을 수 있어요.
엄마는 잘난 척
어렵게 말하는 사람이
아니에요.
누구라도 다
얼른
알아들을 수 있게
말해요.
그런 사람이
엄마예요.
엄마 같은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어요.
엄마 같이 말하는 사람은,
엄마 같이 말할 줄 아는 사람은
세상에
엄마밖에 없어요.
예,
시인은 그걸
잘 알고 있는 겁니다.
시인답게요.
그러나
엄마의 말은
가벼운 말이 아니에요.
무거운
인생의 교훈을
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엄마의 말은
듣는 우리에게
피가 되고 살이 됩니다.
이미 그것만으로도 엄마는
엄마다운 엄마가 아닐까요.
아마
이 교훈의 말을 떠올리는 순간
시인은 이미
알아차렸을 겁니다.
엄마가 참으로
엄마다운 엄마였다는
사실을요.
그럼요.
엄마이기에 이렇게
말해준 것이겠지요.
‘이 세상은 잠시 머무는 호텔이야. 다 돈 내라고 하잖아.’
이 얼마나
세상의 본질을
한 마디로 꿰는
말입니까.
우리는 이 세상에서
나그네일 뿐이잖아요?
그저 왔다가
그저 가는 곳입니다,
이 세상은.
속절없이 왔다가
속절없이 떠나야 하는 곳입니다.
그걸 엄마는
호텔이라고
아주 쉽게 알려주네요.
아, 맞다!
싶지 않나요?
그렇게
잠시 머무는 호텔 같은 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예,
돈을 내야 합니다.
대가를
지불해야 하는 것입니다.
세상 돌아가는 이치를
누가 이보다 더
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런 세상을 살아가려니
우리는 얼마나 힘에 부치겠습니까.
그래서 시인은
이렇게 정의합니다.
시인 자신에 대해서요.
‘나는 나의 산산조각인 나’라고요.
왜 아니겠어요.
우리는 누구나
이 세상을 사느라
그렇게
산산조각이 나게 마련 아닙니까.
어머니는 그런 세상을
‘호텔’이라고
아주 간단하게 명명한 것입니다.
그 가르침을
가슴속 깊이 고이 간직한 채
살아간다면 우리는
우리가 아무리 산산조각이 나도
그런 ‘나’가 진정한 나임을
부정하지 않고,
나아가
배반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라고 엄마가
그런 말을 해준 것이겠지요.
시인은
마침내 고백합니다.
‘나는 흩어지는 걸 참는다’라고요.
그렇게 내가
산산이 부서져 흩어지는 것이
인생임을
어머니는 진작에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그걸 깨달았기에 시인은
참을 수 있게 된 것
아니겠습니까.
참는다는 건
곧
견디는 것이잖아요?
예,
엄마는 어린 시인에게
참으면서,
견디면서 삶을
끝까지 살라고
교훈하신 겁니다.
격려하신 겁니다.
응원하신 겁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