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7. 그 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

- 곽효환, 《슬픔의 뼈대》

by 김정수

P37. 그 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 – 곽효환 시집, 《슬픔의 뼈대》(문학과지성 시인선 441, 문학과지성사)

’과

견디는’이라는 시어가

가슴을 칩니다.

예,

삶이 힘겨운 사람들에게

밤은

휴식의 시간이면서

동시에

견디는 시간입니다.

앞날의 전망이 없는 사람에게는

외롭고

쓸쓸하고

아프고

암담한 시간이 바로

아닙니까.

한데,

그 밤을 견디면서

시인은

다시’ ‘배우기로 했다’고

고백하고 있네요.

그 밤, 다시 견디는 힘을 배우기로 했다’라고요.

다시’라는 시어가

우리에게 참 많은 것을

속삭여줍니다.

시인은

견디다 못해 지쳐

쓰러졌다가

다시금

견디는 힘을 배워서

계속

견뎌 나가기로 결심한

모양입니다.

얼마나 갸륵합니까.

아니,

얼마나 존경스럽습니까.

그렇게

견디는 힘을 다시 배운

시인은

이렇게 말합니다.

다시 어느 높고 쓸쓸한 곳을 가야 한다면 나, 당신과 가야겠다’라고요.

이번에는 숫제

다시’라는 시어를

맨 앞에 내세웠네요.

그렇게 ‘다시’ 배운

견디는 힘’으로

다시

당신과’ 함께

어느 높고 쓸쓸한 곳’을

가야겠다는군요.

예,

높은데 쓸쓸하다는군요.

어쩌면

그 높은 곳이

그만큼

가기가 힘든 곳이고,

그래서

갈 수 있는 사람이,

가고야 마는 사람이

적은 탓에

쓸쓸한 것일까요.

그렇다면

당신’이라는 사람과 함께

가고 싶은 것도

당연하겠다, 싶습니다.

당연히

이 ‘당신’은

함께 있으면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그 누군가이겠지요.

그렇겠네요.

나한테 힘이 되고

위로가 되는

그 누군가와 함께라면

시인의 이런 고백도

마땅하겠습니다.

나는 더 이상 울지 않기로 했다’라는 고백이요.

시인은 그동안

많이

울었던가 봅니다.

하지만

이제는 ‘다시

견디는 힘도 배웠고,

당신’과도 함께이니,

더는

울 필요가 없지

않겠습니까.

그걸 시인은

이렇게 표현합니다.

슬픔도 잠시 눈을 감네’라고요.

하지만

시인은 압니다.

하늘 가까이 올라갈수록 많은 것을 버려야 한다’는 것을요.

가장 높은 곳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더 많은 걸 버려야 한다’는 것을요.

아,

그렇다면

믿을 만하지 않습니까.

그가 견디는 것을요.

그가 높은 곳에

올라가는 것을요.

그가

누군가와 함께 가는 것을요.

예,

그런 그라면

그의 동행이 되어

그와 함께 가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무리

높은 곳이라도요.

아무리

쓸쓸한 곳이라도요. *

매거진의 이전글P36. 너무 멀면 내가 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