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36. 너무 멀면 내가 갈게

- 김이강, 《트램을 타고》

by 김정수

P36. 너무 멀면 내가 갈게 – 김이강 시집, 《트램을 타고》(문학과지성 시인선 596, 문학과지성사)

누구에겐가

이렇게

말해본 적이

있나 싶네요.

너무 멀면 내가 갈게’라고요.

이 말이

가슴을 울립니다.

대개

‘너무 멀면’

‘다음에 보자’라고 하지 않나요?

말은 ‘보자’이지만,

결국

‘보지 말자’라는 뜻

아니겠습니까.

예,

우리는 늘

이렇게

만남을,

만남의 기회를

차버립니다.

왜요?

사는 데

별 지장이 없으니까요.

하지만

만남이 정말 간절하면

이런 말 못 합니다.

아무리 멀어도

갑니다.

가야만 합니다.

가지 않을 수 없습니다.

‘네가 이리 와’라고도 하지 않지요.

목마른 사람이 샘 판다고,

내가 기꺼이

가지요.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서요.

그리고

이렇게까지

토를 답니다.

내가 갈게 내가 다시 올게’라고요.

예,

만남이 갈급한 내 쪽에서

너한테로 가서

너를 만나고

다시 돌아오면

되는 것입니다.

어려울 게 없지요.

이제 시인은

그렇게

만난 순간의 이야기를

합니다.

그를 끌어안는다’라고요.

어느 쪽이 어느 쪽에게

그러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저, 왔으니까,

또는 갔으니까

된 것 아니겠습니까.

예,

오랜만에 만났으니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당연히 끌어안아야지요.

그럼, 다음은요?

대개는

이러지 않겠습니까.

‘그동안 어떻게 지냈어?’라고요.

한데 시인은

그동안 어딜 다녔는지 묻지 않는다’라고 한다는군요.

아,

묻지 않는군요.

그렇지요.

물을 필요가 없지요.

왔으니까,

갔으니까

그것으로 충분한데,

굳이 뭘 묻느냐, 이것입니다.

한데,

왔는데,

갔는데,

그것은 먼 길을 왔고,

먼 길을 간 것입니다.

아마도

추운 계절에 왔나 보네요.

또는,

갔나 보네요.

차가운 등을 오래 쓰다듬으면서’라고 하는 걸 보면요.

그렇겠네요.

먼 길을 가느라,

먼 길을 오느라

등이 차가워진 것입니다.

불원천리(不遠千里),

먼 길을 마다 않고,

기어이

서로 만난

두 사람입니다.

이렇듯 만남을

소중히 여기는

시인의 마음이

귀합니다. *

매거진의 이전글P35. 살아가는 게 겁이 날 때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