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60. 이 비루한 시대, 양심과 용기에 관하여

- 최재천과 팀최마존, 《양심》

by 김정수

B60. 이 비루한 시대, 양심과 용기에 관하여 / 《양심》 - 글 최재천과 팀최마존 / 더클래스

제가 처음으로 읽은 최재천의 책은 《개미제국의 발견》이었습니다.

그 뒤로 최재천의 책을 꾸준히 찾아 읽어왔습니다.

물론 하나도 빼놓지 않고 다 읽은 건 아니지만요.

과학자들이 쓴 글들 가운데서 저한테는 최재천의 글이 가장 가독성이 높습니다.

꼭 과학적인 내용이 아니더라도 그의 생각에는 동의가 되고, 공감이 가는 면이 매우 많고, 무엇보다도 지적 자극과 마음의 감동이 함께 있어서 더욱 그렇습니다.

그가 그저 과학자이기만 한 것은 아니어서 접근하기가 한결 수월했던 것도 같습니다.

예, 저는 그를 이 시대에 그 누구보다도 윗길의 인문학자로 규정하고 받아들입니다.

어쩌면 이 책 《양심》은 그 정점이 아닌가, 하고 감히 함부로 넘겨짚어 봅니다.

‘양심’이라는, 이 시대에 거의 ‘사어(死語)’가 되어 있다는 느낌이 드는 말을 과감히 책의 제목으로 삼은 것부터가 그가 매우 용기 있는 인문학자라는 생각을 하게 만듭니다.

마땅히 양심의 몫이어야 할 우리네 삶의 수많은 문제적 국면을 법과 합리성, 공평과 공정, 나아가 시스템이라는 잣대가 도맡고 있는 오늘날의 비루하고 냉정하고 비정한 현실을 되새겨보면 그가 양심이라는 낱말을 책의 제목으로 되살려놓은 것이 참 귀한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적어도 저한테는요.

실제로 그는 이 책에서 그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바로 그 ‘양심(良心)’에 대해서 이야기합니다.

그것도 형이상학적이고 철학적인 담론으로서가 아니라, 그가 직접 겪은 일들을 바탕으로 한 일종의 증언과 고백으로서요.

무엇보다도 그는 이 책을 통하여 ‘양심’이라는 것이 ‘용기’와 동전의 양면을 이룬다는, 아주 당연한데도 그동안 우리가 잊고 있던 사실을 새삼스럽게 일깨워줍니다.

양심은 용기를 불러일으키며, 양심은 용기와 단짝입니다.

양심 있는 사람이 용기 있는 사람이며, 용기 있는 사람이 양심 있는 사람입니다.

양심이 있는 곳에 용기가 있고, 용기가 있는 곳에 양심이 있습니다.

이 두 가지는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보완재입니다.

양심 있는 사람은 비겁하지 않습니다. 양심이 있기에 꼭 필요한 순간에, 꼭 필요한 국면에서 용기를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저는 이 책을 읽으며 양심에 대하여 생각하면서 동시에 용기에 대하여, 진정한 용기의 의미에 대하여 새삼스럽게 다시금 곱씹어볼 수 있었습니다.

그가 적극적으로 관여했던 돌고래 방생과 호주제 폐지는 그 빛나는 사례들입니다.

그의 이런 생각을 담은 2023년의 서울대 하계 졸업식 축사는 ‘매우 드물게’ 제 마음에 ‘참으로 오랜만에’ 잔잔한 감동의 파문을 그려놓는 ‘말’이요 ‘소리’였습니다.

더불어, 이 책에서 그가 화두처럼 제시해 놓은 또 다른 세 개의 낱말, 곧 부사들, 그러니까 ‘차마’, ‘어차피’, ‘차라리’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의미로, 어떤 구실로 쓰이는지를 확인해 보면서 읽는 것도 이 책을 위한 또 한 가지 좋은 독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예, 그의 책이, 그의 글이, 그의 문장이, 나아가 그의 말이, 언제나 그렇듯, ‘아주 잘’ 읽히고, 들립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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