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욱·심채경, 《과학산문》
B61. 과학자인 사람들의 산문 쓰기 / 《과학산문》 - 김상욱·심채경 지음 / 복복서가
과, 학, 산, 문―.
글을 쓴 이들이 ‘과학’에 방점을 찍었든, ‘산문’에 무게중심을 얹었든, 저한테는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읽을거리’라는 점이 중요하니까요.
장점이 많습니다.
우선 제목에 ‘에세이’가 아니라, ‘산문’이라는 말을 쓴 것부터가 저한테는 귀하게 받아들여지는 요소입니다. 어째선지, 저한테는 ‘에세이’보다는 ‘산문’이 훨씬 더 폭넓고 자유롭고 부드럽고 서정적인 느낌으로 다가오는 용어입니다.
두 저자, 또는 과학자가 서로 일종의 편지를 주고받는 것과 같은 형식이라는 점도 ‘과학의’, 또는 ‘과학이라는’ 무게를 한결 덜어주는 느낌이어서 좋았고요.
서로 적절한 수준의 예의를 갖추어야 하는 사이인데다가, 편지 형식이니 당연히 ‘습니다’체를 채택하였고, 따라서 저자들이 구사하는 한결같이 친절하고 예의바른 목소리가 이 책의 기본 정서를 이룬다는 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또, 두 저자가 서로 경쟁이라도 하듯 과학자가 아닌 일반독자들을 배려하여 과학의, 꼬는 과학과 관련된 여러 가지 개념과 사안 들을 쉽게 설명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음이 잘 엿보인다는 것도 마음에 드는 점이었습니다.
물론 제목에 ‘과학’이라는 말이 들어가 있으니, 독자로서 제가 이런 책을 집어 들 때는 과학에 대한 관심이나 호기심, 또는 궁금증을 해소하려는 목적이 전혀 없다고는 할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과학자가 아닌 독자로서 저는 과학에 대한 ‘어떤 것’을 이해하거나 지식으로 습득하려는 적극적인 욕망은 그리 많지 않고, 강하지도 않습니다.
어차피 저자가 아무리 친절한 어조로 상세히 풀어서 쉽게 설명해 주려 하고 있어도 그 내용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을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저 자신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저는 과학 관련 서적을 읽을 때, 실은 다른 분야의 책들도 대동소이하다고 해야겠지만, 이해되는 것만 이해하고 그냥 넘어가는 식으로 읽습니다. 이것이 과학 관련 서적에 대한 저만의 독법입니다.
따라서 그 내용을 거의 이해하지 못한다고 해도 그 책을 선택한 데 대하여 후회하지 않습니다. ‘읽었다는 경험’ 자체가 저한테는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한 번 경험한 이상 그 책을 읽기 전보다 읽고 난 뒤의 제가 어떤 점에서든 조금은 더 나아졌다고 저는 믿습니다. 이 믿음이면 된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예, 저한테는 ‘과학’보다는 ‘산문’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과학자들은 산문을 어떻게 쓰는가? 더욱이 이 책의 경우처럼 ‘습니다’ 체의, 얼마간 삼가는 마음의 편지글, 또는 한담을 주고받는 것과 같은 형식의 글은 어떻게 쓰는가?
예, 이런 의문들이 제 흥미의 주요 대상인 것이지요.
‘과학’이 그 내용의 대종을 이루고 있는데도 가독성이 상당히 높다는 점에서 우선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다고 고백해야겠습니다.
이 책에서 가장 제 관심을 강하게 끈 것은 역시 과학과 관련한 내용보다는 두 사람의 독서 관련 소재의 글들이었습니다.
어딜 가든 항상 책을 들고 다니며, 반드시 빨간 볼펜으로 밑줄을 그어 가면서 독서를 한다는 물리학자 김상욱의 고백이나, 나중에 중고책방에 팔 때를 대비하여 밑줄을 긋는 대신 포스트잇으로 표시를 해 가면서 되도록 깨끗하게 책을 읽으며, 개인적으로 유독 파본과의 인연이 많다는 천문학자 심채경의 고백이 바로 그런 사례들입니다.
이런 글에서는 다른 어떤 글에서보다도 글쓴이의 모습이 잘 엿보여서 호감이 갑니다.
그러니까 이 책은 ‘과학’이 아니라, ‘과학자’인 어떤 ‘사람’에 대하여 뭔가를 알려주는 구실을 한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는 것이 저만의 감상이자 평가입니다.
금세 읽었네요.
‘산문’의 ‘상쾌한’ 독서 체험이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