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My Cinema Aphorism_187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87

by 김정수

CA931. 김형주, 〈승부〉(2025)

최고의 스승은 역시 은퇴한 스승일까. 조훈현은 현역으로서 최고의 제자를 길러내었다는 점에서 스승으로서 걸을 수 있는 가장 ‘험한’ 길을 걸은 것이다. 동시에 이창호는 현역의 스승한테 배웠다는 점에서 제자로서 걸을 수 있는 가장 ‘험한’ 길을 걸은 것이다. 그들은 사제지간이면서 동시에 경쟁자일 수밖에 없기에. 이 전례 없는 사제지간을 연기해 내어야 했기에 하고 많은 배우들 가운데 ‘하필이면’ 이병헌과 유아인이 캐스팅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지 않을까.


CA932. 이장훈, 〈기적〉(2021)

아버지의 실수로 누나가 목숨을 잃었다고 해서 꼭 그 누나의 남동생이 아버지를 평생 원망하면서 살게 되리라는 것이 옳은 전망일까. 아마 이 영화의 기본 스토리가 이런 불확실한 근거에 바탕을 둔 것이기에 판타지 설정이 필요했던 것이 아닐까.


CA933. 정다원, 〈걸캅스〉(2019)

경찰이 여자라고 해서 꼭 남자 범인을 체포하는 데 정도 이상의 육체적인 고생이 필요한 걸까. 영화 속 직업으로서 경찰에 대한 핍진한, 또는 공정한 묘사가 아쉬운 또 하나의 사례.


CA934. 이준익, 〈변산〉(2018)

이준익 감독은 21세기에 아직도 남아 있는 거의 유일한 한국영화의 낭만주의자가 아닐까. 래퍼와 작가, 작가와 래퍼. 이는 〈라디오 스타〉(2006)의 가수, 〈즐거운 인생〉(2007)의 밴드와 실은 다르지 않은 맥락에서 나온 것이다.


CA935. 구로사와 기요시, 〈큐어〉(1997)

그 거듭된 살인은 전염 또는 감염의 결과다. 따라서 이 영화를 공포 스릴러 따위로 받아들이는 것은 다소 지나친 감상의 태도가 아닌지. 나는 이걸 일종의 의학 드라마로 받아들인다. 그래서 마지막 순간 야쿠쇼 코지에게 일어난 감염 또는 전염을 ‘이해’한다. 무엇보다도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었다면 누구든 이를 이해 못 할 까닭이 없다. 이 영화를 코로나 이후 다시 보아야 할 이유.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My Cinema Aphorism_1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