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189
CA941. 이장호, 〈별들의 고향〉(1974)
음악, 색채, 대사, 운동, 육체, 배신, 동정, 눈, 죽음, 시대 정서, 그리고 어쩌면 이제는 사라져 버린 낭만주의―.
CA942. 양우석, 〈강철비〉(2017)
글쎄, 동서독이 통일될 때처럼 남북한도 한쪽의 내부에 급변 사태가 발생해야 관계의 근본적인 변화가 생길까. 하지만 어떤 경우든 본질적인 문제는 동질감의 회복, 또는 유지, 또는 확인이라는 것.
CA943. 양우석, 〈강철비 2: 정상회담〉(2020)
이 세상에 일대일의 관계라는 것은 없다. 개인 대 개인의 관계에서든, 국가 대 국가의 관계에서든. 그렇다면 당사자라는 개념은 아무래도 희석된다. 이런 것이 외교의 본질일까. 그래도 마지막까지 남는 것은, 또는 마지막 순간의 열쇠를 쥐고 있는 것은 결국 당사자가 아닌가. 따라서 중심을 굳게 잡아야 하리라는 것.
CA944. 시드니 폴락, 〈아웃 오브 아프리카〉(1985)
두 개의 이미지. 마지막 순간 연인인 로버트 레드포드의 장례식에서 한 줌 흙을 무덤 속에 흩뿌리는 순간 메릴 스트립의 슬프디 슬픈 손(手) 연기. 메릴 스트립과 로버트 레드포드가 앞뒤로 함께 타고 아프리카의 드넓은 사파리 위의 창공을 시원스레 비행했던 쌍엽기 Gypsy Moth. 그 창공의 비행기에서 각기 머리 위로 손을 뻗어 말없이 맞잡던 두 연인의 손 이미지. 모차르트 클라리넷 협주곡 A장조 K.622의 제2악장 아다지오가 가장 아름답고도 슬프게 쓰인 영화.
CA945. 테일러 핵포드, 〈사관과 신사〉(1983)
그(리처드 기어)는 그녀(데브라 윙거)를 떠났다가 그녀에게 돌아왔고, 그녀(리사 블런트)가 떠난 그(데이비드 키스)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아직은 낭만주의가 살아 있던 시대의 초상. 그 시대의 영화는 관객이 딱 원하는 순간에서 멈춘다. 리얼리티 따위는 문제가 안 되던 시절. 그래서 그립다. 그걸 ‘해피’ 엔딩이라고 부르는 것은 안일하다. 그건 그 시절 모두가 ‘원하는’ 엔딩이었을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