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204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04

by 김정수

CA1016. 유재선, 〈잠〉(2023)

몽유병을 귀신에 씐 상태로 보는 시각. 사람이 죽고 열흘 안에 천도(薦度)를 못 하면 귀신이 된다는 것. 그렇게 귀신이 된 사람, 아니, 귀신은 누군가에게 귀접(鬼接)을 한다. 그것이 귀신의 생존 방식이다. 그렇다면 귀신은 마땅히 갈 곳, 또는 있을 곳을 얻지 못한 자가 되는 그 무엇이라는 걸까. 하지만 귀신이 어떤 이유, 또는 목적, 또는 욕망으로 천도를 거부한다면? 죽은 지 100일이 넘으면 천도를 못 한다는 것. 영원한 귀신, 또는 영원한 귀신의 상태.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 결국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한 늙은 사내의 이야기? 편안한 잠에 대한 소망. 가족을, 자식을 지키기 위한 엄마의 분투. 남편이 배우라는 설정이 마지막 장면에 대한 의심을 떨쳐내지 못하게 하기는 해도―.


CA1017. 게리 로스, 〈헝거 게임: 판엠의 불꽃〉(2012)

전체주의 독재 체제에서 일종의 진검승부인 진짜 서바이벌 게임을 실시하여 생중계하는 이유와 그 목적. 전쟁영화가 기본적으로 반전영화일 수밖에 없듯이, 이 영화의 테마 또한 전체주의 독재체제에 대한 저항이나 항의, 또는 깊은 의문이나 문제 제기일 수밖에 없다. 그녀 캣니스 에버딘(제니퍼 로렌스)이 하필이면 명궁(名弓)인 이유, 그러니까 그녀의 무기가 하필이면 활인 이유. 오징어 게임의 변형태, 또는 헝거 게임의 변형태인 오징어 게임. ‘게임’이 ‘게임’일 수 있는 것은, 또는 ‘게임’이라는 명칭으로 불릴 수 있는 것은 게임 참가자의 생존이 안전하게 보장되기 때문이니, 따라서 생존이 보장되지 않는 게임은 더는 게임일 수 없다. 그러니 이걸 게임이라고 부른다는 사실 자체가 그 체제에 대한 부정 또는 거부의 단서가 된다. ‘오징어 게임’이 ‘게임’이 아니듯이―.


CA1018. 황병국, 〈나의 결혼 원정기〉(2005)

고전적인 의미의 국제결혼이 아니라, 외국인 신붓감 구하기라는 모양새의 결혼. 하지만 이 결혼은 실질적인 구애(求愛)가 기본 전제로 필요하다는, 나아가 구인(求人)은 결코 결혼일 수 없다는 마땅한 전언―.


CA1019. 이원태, 〈대외비〉(2023)

그는 말한다. “세상은 더럽고, 인생은 서럽다.” 목적이 있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서 선택한 수단이 있다. 이 선택의 밑바닥에 놓인 윤리가 실은 핵심 사안이다. 이 점에 대한 성찰이 거의 없는 것이 그들의, 또는 그들이 믿는 정치의 실체라는 것. 대개는 이 선택의 윤리적 국면을 무시한 쪽이 목적을 이룬다. 적어도 이 영화의 시대까지는. 하지만 지금도 그러한가? 또는, 앞으로도 그러할 것인가? 이에 대하여 답하려는 노력을 멈추지만 않는다면 그래도 희망은 있다고 믿어야 할지도.


CA1020. 강형철, 〈하이 파이브〉(2025)

세상에 ‘아무 생각 없이’ 웃으면서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것이 정말 있을까. 초능력은 인간 신체의 한계를 극복, 또는 초월하고 싶은, 매우 오래되고 깊은 욕망이 반영된 상상의 산물일 것이다. 바로 그 상상을 사이비 종교와, 또는 그 교주의 욕망과 결합한 것이 장기 이식을 초능력 소유의 방법으로 설정한 것보다 더 주목할 만한 새로운 점이 아닌지. *

매거진의 이전글My Cinema Aphorism_2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