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203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03

by 김정수

CA1011. 크리스토퍼 맥쿼리,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2025)

제목의 ‘Reckoning’은 ‘계산, 계산서, 셈, 결산, 청산, 갚음, 벌, 측정된 배의 위치, 고려, 사고’ 따위 다양한 뜻이 있는 단어지만, 이 영화의 번역자는 영화 속 대사로 나온 ‘Final Reckoning’이라는 말을 ‘최종 결산’이 아니라, ‘최후의 심판’으로 번역했다. Reckoning이 ‘심판’이라면 이는 다분히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느낌의 단어로 쓰였다는 의미가 된다. 미켈란젤로가 그린 그림 ‘최후의 심판’의 널리 통용되는 영어 제목은 ‘The Last Judgement’다. 그러니까 이 영화에서 Reckoning은 Judgement에 조금 더 가까운 의미로 쓰였다고 보아야 하지 않을까. 그렇다면 이 영화에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걸고 싸우는 그와 그의 친구(또는 동료)들은, 그리고 그들의 행동은 매우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신념의 바탕에 뿌리를 박고 있는 것이라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면 〈배트맨 비긴즈〉(2005, 크리스토퍼 놀란)의 대사 속에 나왔던 ‘reckoning’도 비슷한 매락과 의미로 쓰인 단어로 새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브렌던 프레이저의 명연이 눈부셨던 〈더 웨일〉(2022, 대런 애러노프스키) 전체의 정서적 빛깔을 결정했던 허먼 멜빌의 장편소설 《모비딕(백경)》 속에도 judgement와 reckoning이라는 단어가 함께 쓰이고 있으니, 이 단어야말로 분명 이 영화 시리즈 전체의 기조를 결정하는 열쇠 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그 결산, 그 심판을 톰 크루즈는 장엄하게 마무리 지었다.


CA1012. 장건재, 〈한국이 싫어서〉(2024)

한국이 싫어서 떠났지만, 계나(고아성)가 한국과 아주 연을 끊은 것은 아니다. 싫어서 떠났다는 것은 그만큼 그 한국에 대한 감정이 간절하다는 뜻 아닐까. 그러니까 떠나야 할 만큼 싫다는 것은 그만큼 그 싫다는 감정의 밑바닥에 역설적으로 애정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하지만 싫어서 떠났다는 것 자체는 그 떠남의 목적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말해주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계나는 반드시 행복할 필요가 있느냐고 되묻고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행복은 절대가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의식을 품고 있다는 점에서 계나는 ‘떠날’ 자격이 있다. 그다음은 전적으로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다. 어쩌면 계나에게는 우리의 응원조차 필요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곧, 계나를 응원하는 것도 우리의 오만일지 모른다.


CA1013. 이해영, 〈독전〉(2018)

두기봉의 〈마약전쟁〉(2013)이 원작. 독전(毒戰). 마약을 상대로 한 전쟁, 또는 마약이라는 전쟁, 또는 마약을 둘러싼 전쟁. 한데, 이 영화의 영어 제목은 ‘Believer’다. ‘이 선생’의 정체를 끝까지 감춘 것은 기본적으로는 속편을 위한 포석이겠지만, 그 존재감을 조금 더 무겁게 구현해야 하지 않았을까. 아마 속편의 성패도 이 존재감의 충분한 구현에 걸려 있을 것이다.


CA1014. 백종열, 〈독전 2〉(2023)

이 영화에서 ‘이 선생’의 존재감은 〈지옥의 묵시록〉(1979, 프란시스 포드 코폴라)의 커츠 대령(마론 브란도) 정도의 것이어야 했다. 그 존재감이 시각적으로 드러나는 순간의 긴장감과 충격도. 한데, 형사 원호(조진웅)는 왜 죽어야 했고, 그 언어장애가 있는 남매는 왜 끝까지 살아남은 것일까. 이 죽음과 삶의 선택에는 어떤 윤리가 작용한 것일까.


CA1015. 소라 네오, 〈해피 엔드〉(2024)

근미래의 고3 이야기. 일종의 청춘 스케치지만, 세상과 사회의 미래에 대한 합당한, 그리고 동시에 그 나이와 그 신분에 어울리는 유머러스하면서도 아프고 감동적인 근심의 진솔함―. 현재도 그렇지만 미래에도 그들은 어김없이 응원받고 지지받아야 한다. 우리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을 뜻하는 말로 쓰는 ‘미래(未來)’를 그들은 ‘장차 올 것’을 뜻하는 ‘장래(將來)’로 표현한다. 이 미묘하면서도 엄중한 차이―. ‘장래’는 ‘확신’이고, ‘미래’는 ‘불확실’이다. *

매거진의 이전글My Cinema Aphorism_2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