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32
CA1156. 마이클 앱티드, 〈썬더하트〉(1992)
이 영화의 극장 개봉명은 ‘붉은 사슴비’다. 발 킬머의 진지한 연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하다. 미국 소설의 향취가 물씬 풍기는 화면은 음악 없이도 관객의 진지한 몰입을 유도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CA1157. 알란 J. 파큘라, 〈네 이웃의 아내를 탐하지 말라(Consenting Adults)〉(1992)
원제의 ‘Consenting Adult’는 이른바 ‘동의 성년(同意成年)’으로, 동성애의 행위가 법적으로 허용되는 21세 이상의 남자를 가리키는 명칭이다. 그가 비상식적인 제안에 사기를 당하는 것은 그 제안이 진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십계명이 있는 것 아닐까. 이것이 이 영화의 전언이 무서운 까닭이다.
CA1158. 로저 에버리, 〈킬링 조이(죠)〉(1993)
세련된 카메라 워크는 데뷔작답지 않은 고수의 솜씨. 주제는 한 가지, 선을 베푼 사람은 끝내 그에 대한 보답을 받는다는 지극히 신학적인 원리다. ‘끝내주는(킬링) 조이’라는 별명의 콜걸로 나오는 줄리 델피의 생경한 이미지, 그리고 그녀가 구원자가 된다는 재치 있는 설정. 이 두 가지 선택이 기특하다.
CA1159. 크리스토프 갱스, 〈크라잉 프리맨〉(1995)
만화를 영화로 옮기는 과정의 어려움을 감독은 동선의 정확한 연결과 빈틈없는 이음새로 극복한다. 또는, 해결한다. 주연배우 마크 다카스코스 특유의 저 동서양의 이미지가 뒤섞인 이국적인 눈매는 관객의 눈길을 러닝타임 내내 붙잡아두기에 넉넉한 특장이다.
CA1160. 제임스 카메론, 〈어비스〉(1989)
〈E.T.〉(1982, 스티븐 스필버그)가 동화라면 〈어비스〉는 묵시록이다. 스필버그의 외계인이 문자 그대로 외계인이라면, 카메론의 외계인은 지구 내부(심연)로부터 온 존재다. 요컨대 그들도 지구에 사는, 곧 거주하는 생명체이므로 핵무기의 위험성에 대한 그들의 경고는 도덕적으로 설득력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