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43
CA1211. 이충현, 〈콜〉(2020)
절대로 바뀌지 않는다는 것, 곧 바꿀 수 없다는 것과 과거의 사소한 변화도 미래에 구체적인 영향을 끼친다는 것, 이 두 가지 가운데 어느 쪽을 과녁으로 삼을 것인가를 결정하지 않으면 이런 계열의 서사를 짜나갈 수가 없다. 하지만 이런 성격의 서사는 분명한 논리의 모순 위에서 직조되는 것이다. 문제는 영숙(전종서)의 내면이 이미 상당한 수준으로 망가져 있었다는 데에 있다. 게다가 서연(박신혜)은 그런 상대에 적절하게 대처할 수 있을 만큼 경험 많은 성숙한 인물이 아니다. 결국 이 두 가지 불완전함의 충돌이 빚어내는 긴장감이 서사의 근본 모순을 잊게 만든다.
CA1212. 김주환, 〈무도실무관〉(2024)
최근의 한국 영화들은 인간의 몸 자체에 대한 잔혹한 물리적 폭력의 상세한 묘사에 과도한 정성을 기울이는 경향이 있다. 더 간단히 말하면, 주인공이 너무 많이 맞거나 찔리거나 베이면서 자기 신체를 무도하게 훼손당한다. 그리고 가차 없는 출혈, 또는 그 출혈의 붉은빛에 대한 노골적인 집착―. 왜?
CA1213. 피터 위어, 〈갈리폴리〉(1981)
오스트레일리아도 한때 영국의 식민지였음을 일깨워주는 영화. 그러니 이 영화에서 꽃다운 나이의 젊은이들이 전쟁터에서 허무하게 죽어간다는 반전 메시지가 핵심일 수는 없다. 〈매드맥스〉(1979·1981·1985, 조지 밀러) 시리즈와 더불어 호주 시절 멜 깁슨의 젊은 모습을 볼 수 있는 몇 안 되는 영화들 가운데 한 편. 이것만으로도―.
CA1214. 멜 브룩스, 〈멜 브룩스의 제작자들(The Producers)〉(1968)
실패작을 만들어 돈을 벌어보겠다는 제작자의 우스꽝스러운 발상 또한 분명 리얼리티다. 왜냐하면 그들은 장사꾼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가장 ‘실용적인’ 할리우드의 실체다.
CA1215. 박재호, 〈내일로 흐르는 강〉(1996)
강은 왜 어제가 아니라 내일로 흐르는가. 이게 어째서 자연스러운가. 어제로 흐르면 왜 안 되는가. 축첩 행위와 근친상간을 거쳐서 마침내 도착한 동성애. 이 도저하고 도도한 흐름. 클로즈업이 객관성을 강화하는 미학의 구실을 하는 신묘한 영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