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248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48

by 김정수

CA1236. 배용균,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1995)

이미 철학이 된 영화. 아니, 철학이기로 작정하고 출발한 영화. 하지만 제작 기간이 길다는 점이 반드시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느낌은 아니다. 어쩌면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1989)이, 거기에서 한 단만 더 높이 올라가기가 이토록 어려울 만큼 이미 너무 높이 올라가 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CA1237.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잠입자(Stalker)〉(1979)

히스테리 발작을 일으키는 여자와 한정 없이 엎드려 있는 남자, 그리고 거듭거듭 쏟아지고 또 쏟아져 내리는 비(雨). 아니, 물(水)―.


CA1238. 왕가위, 〈동사서독〉(1994)

이 영화의 내레이션은 관객이 이 영화를 무협지를 읽듯이, 그야말로 ‘읽게’ 한다. 그래서 무협지의 정서가 오롯한 크기로 살아 있는 것이다, 거의 기적처럼.


CA1239. 웨인 왕, 〈스모크〉(1995)

원작·각본 폴 오스터. 아무리 소외된 사람이라도 삶의 인연이라는 고리에서마저 소외되지는 않는다는 것. 이 영화의 모든 등장인물이 어쨌거나 죽지 않고 계속 살아가는 것은 그래서다.


CA1240. 스티즌(스틴) 코닝스(Stijn Coninx), 〈단스(Daens)〉(1992)

벨기에의 20세기 초반도 유럽의 다른 모든 나라가 겪었던 것과 똑같은 혼란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었다는 물적 증거. 아마도 이 영화에서 카메라가 클로즈업을 극히 제한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그 증거를 객관적으로 제시하려는 목적에서일 것이다. 남자 사제가 사제복을 벗어던지는 유일무이한 영화가 아닐는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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