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57
CA1281. 임대희,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2025)
마동석은 공포나 오컬트에 ‘잘’ 어울리는 배우가 아니라는 점의 새삼스러운 확인. 아무리 코미디 또는 유머의 정서를 바탕에 깔고 있다 하더라도. 아니면, ‘잘’ 어울리도록 찍지 못한 탓일까. 어쨌거나 시도, 또는 도전해 보기 전에는 모르는 일이니까.
CA1281. 필감성, 〈좀비딸〉(2025)
좀비‘딸’인 경우와 좀비‘아들’인 경우의 어감 차이. 이런 경우 어째서 죄다 ‘딸’일까. 엄밀히 말해서 그 외삼촌(조정석)의 자기 질녀(최유리)에 대한 사랑은 친누나에 대한 사랑에 아주 많이 빚진 것이다. 게다가 그 빚의 일부는 죄책감이다. 이것이 이 영화가 뿌리를 내리고 있는 기본 정서, 그 심리적 대차대조표의 속 내용이다. 아마도 항체로 좀비 바이러스가 퇴치된다는 거의 유일한 설정의 영화가 아닌지. 익숙함 또는 진부함, 그리고 새로움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있다는 것은 ‘하여튼’ 장점 아닐까.
CA1283. 에이드리언 라인, 〈로리타〉(1997)
제레미 아이언스는 강도 높은 정념을 표현하기에는 어딘가 어울리지 않는 느낌의 배우인데도 이상하리만큼 ‘이런’ 역할에 자주 캐스팅된다. 덕분에 아무리 기다려도 영화의 서사는 충분히 뜨겁게 달아오르지 않는다. 그래서 필연적인 몰락의 서사도 넉넉히 강렬해지지 않는다. 이 영화에서는 그것이 줄리엣 비노쉬―〈데미지〉(1993, 루이 말)―를 상대로 했던 연기보다도 더욱 그렇다. 그리고 이 영화의 음악은 엔니오 모리꼬네인데, 어쩌면 다소 지나친 느낌의 낭만적인 정서가 그 원인일까. / 그가 그 소년에게 집착하는 것은 과거의 기억 때문이다. 그러니 결국 그는 자신의 기억에 집착하는 것이다. 그를 파멸의 구렁텅이로 몰아넣는 것은 바로 이 망상이다. 따라서 그 소녀는 그에게 아무 의미 없는 존재일 뿐이다. 그 소녀는 허상이니까.
CA1284. 션 S. 커닝햄, 〈딥 식스(DeepStar Six)〉(1989)
이 영화가 독특한 것은 〈에이리언〉(1979, 리들리 스코트)류의 SF 공포영화이면서도 간절하게 신을 향하여 기도하는 인물이 등장한다는 점이고, 나아가 그 기도가 정말로 응답받는다는 사실이다. 살아남은 사람은 그 기도에 관련된 두 인물뿐이다. 신의 섭리를 따르는, 또는 그 섭리에 기반한, 드문 서사.
CA1285. 마이클 앱티드, 〈정글 속의 고릴라〉(1988)
드라마와 다큐멘터리 사이에서 서성이다 절반의 실패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영화. 시고니 위버의 혼신을 다한 연기는 이 반쪽의 실패 또는 성공 속에 살짝 빛이 바래고 말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