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Cinema Aphorism_258

-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58

by 김정수

CA1286. 안드레이 줄랍스키, 〈퍼블릭 우먼〉(1984)

영화에 관한 영화. 영화 제작에 참여한 사람들이 완성된 영화의 내용과 현실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데 어떤 문제에 부딪히는가를 파고 들어간 서사. 영화의 완성도가 높을수록 현실은 거꾸로 더 심각하게 파괴된다는 이야기. 결국 그들은 영화를 통해 현실을 부정하는 단계로까지 나아가고 만다. 잃어버린 것은 부부관계, 얻은 것은 호모 섹슈얼 정체성 상실에 관한 기묘한 담론.


CA1287. 존 휴스턴, 〈프리찌스 오너〉(1985)

대부는 명예를 중시한다. 자기와 결혼한 여자가 패밀리의 사람 하나를 죽인 청부살인업자임을 알고 고심 끝에 그 아내를 죽여버리는 이야기. 그녀는 패밀리의 명예를 실추시킨 인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과연 이 실패를 통하여 끝내 보존되는 것은, 또는 가치는 무엇인가. 이 질문은 끝까지 남는다.


CA1288. 호금전, 〈협녀〉(1971)

철학적 무협영화의 전무후무한 걸작. 이에 견줄 만한 영화는 왕가위의 〈동사서독〉(1994) 정도일까. 무협지의 정서가 얼마나 오롯하게 살아 있는가를 기준으로 평가할 때.


CA1289. 버나드 로즈, 〈캔디맨〉(1992)

흑인의 검은색을 공포 코드로 활용하는 데 흔치 않은 성과를 거둔 영화. 그래도 굳이 검은색이어야만 했을까, 하는 의문은 역시 끝까지 남는다.


CA1290. 마틴 리트, 〈프론트〉(1976)

매카시즘의 희생자들이 모여서 만든 영화. 어윈 윙클러의 〈비공개〉(1991)에 대면, 풍자와 해학이 다소 지나친 느낌. 우디 앨런은 블랙리스트에 오른 소설가 친구의 원고를 출판하는 데 자기 이름을 빌려주고 커미션을 받는다. 이것이 괜찮은 벌이임을 알게 되자, 그는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가들을 끌어모아 일종의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가 도리어 블랙리스트에 오른다. 그가 마지막 장면에서 내뱉는 욕설은 그 자신 정신적으로도 블랙리스트에 올랐다는 것을 암시한다. 기묘한 전향의 메커니즘. 이름을 빌려주다 진짜 그 이름값을 한다는 서글프도록 우스꽝스러운 서사. 굳이 포스트모더니즘이라는 레테르를 붙이지 않더라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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