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59
CA1291. 이언희, 〈대도시의 사랑법〉(2024)
그걸 꼭 ‘사랑법’이라고 불러야 할까. 그건 ‘사는 법’이다. 그들이 살아가는 법. 그들의 생존 방법. 또는 태도. 그래, 그건 ‘법’이 아니라 ‘태도’다. 또는 ‘자세’다. 그렇다면 그들의 그 사랑법에 딴지를 걸 수 없다. 또는, 그래서는 안 된다. 그건 곧 ‘그들’ 자체이기 때문이다. 아무리 뭐라고 딴지를 걸고 싶어도 존재를 부정할 수는 없다. 아니, 그래서는 안 된다.
CA1292. 김태형, 〈제8일의 밤〉(2021)
하긴 이런 서사의 결말이 여기서 온전히 봉합 또는 봉인된다면 싱거울 것이다. 숫자 8을 눕히면 무한대를 의미하는 수학 기호가 된다는 것을 굳이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것도 아마 그 싱거움을 면하려는 궁리의 결과가 아닐까. 초자연적인 서사의 한계이자 특성.
CA1293. 알프레드 히치콕, 〈새〉(1963)
구름 사이로 햇빛이 쏟아져 내리고, 그 순간 세상을 가득 채운 것은 새떼다. 이보다 더 묵시록적인 장면을 달리 생각해 낼 수 있을까. 여기서 티피 헤드런은 영화사상 여성으로서 그리스도의 이미지를 구현한 최초의 인물이 되었다.
CA1294. 페드로 알모도바르,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1988)
왜 감독은 여자를 묶어놓고 좌충우돌의 사기(!)를 칠까. 엉망진창이 된 관계들 속에서도 끝까지 보존 가치를 인정받는 사람은 오직 ‘임신부’와 ‘처녀’뿐이라는 이 엄중한 전언!
CA1295. 테렌스 맬릭, 〈천국의 나날들〉(1978)
무엇보다도 네스토르 아멘드로스의 촬영. 드라마가 ‘없는’ 풍경화의 아름다움이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영화. 그리고 이 풍경화에서 다른 누구도 아닌 젊은 날의 리처드 기어를 목격하는 체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