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만의 영화 잡설(雜說)_260
CA1296. 토니 리처드슨, 〈블루 스카이〉(1994)
제시카 랭의 연기에는 〈소피의 선택〉(알란 J. 파큘라, 1982)의 메릴 스트립, 〈양들의 침묵〉(1991, 조나단 드미)의 조디 포스터, 〈미저리〉(1990, 로브 라이너)의 케시 베이츠의 연기가 보여준 신명과는 또 다른 성질의 신명이 깃들어 있다.
CA1297. 장이머우, 〈인생〉(1994)
스필버그가 〈쉰들러 리스트〉(1993)에서 보여주었던 것과 같은, 예술가가 자기 한계를 돌파할 때의 강력한 폭발력과 응집력을 보여주는 영화. 마치 전투기가 음속을 돌파할 때 대기를 가르는 날카로운 굉음, 곧 ‘소닉 붐(Sonic Boom)’처럼.
CA1298. 존 카펜터, 〈괴물(The Thing)〉(1982)
이 영화가 〈에이리언〉(1979, 리들리 스코트)과 다른 것은 정체성에 관한 질문을 정면으로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괴물’은 우리 몸 안에서 자라는 타자가 아니라, 우리 자체가 괴물인지도 모른다는 무서운 경고성 통찰. 괴물이 인간의 몸을 이용하여 자신을 복제해 내는 과정에 필요한 매개물은 피(血)다. 그래서 괴물을 감별해 내려면 혈액검사를 해야 한다. 그러나 이것을 단순히 에이즈에 대한 비유라고 치부하고 말기에는 영화의 정서가 지나치게 묵시록적이다.
CA1299. 존 세일즈, 〈패션 피쉬〉(1992)
진지하지만 지나치게 느리고, 심각하지만 음악이 너무 적다. 그래도 이 양 극단의 상황에서 앤디 맥다넬의 연기는 끝까지 균형과 절제를 지킨다.
CA1300. 변영주, 〈낮은 목소리, 아시아에서 여성으로 산다는 것 2〉(1997)
진짜 이야기는 상영이 끝나고 나서야 비로소 시작된다. 그래서 이 다큐멘터리는 그 자체로 하나의 기적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