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날처럼 불어대는 바람에
호수는 얼어붙은 침묵을 안고
차가운 숨을 내뿜고 있는데
호숫가에 불쑥 나타난
병아리 몇 마리
노란 부리를 떨고 있다
이 추운 날, 너네들
여기서 뭐 하고 있니?
병아리들 고개를 갸웃한다
지금 봄 아니에요?
대답할 수가 없다
땅도 하늘도
제자리를 잃어가는 요즘
너희들도 많이 헷갈렸구나
찬바람 버티고 있는
조그만 몸뚱아리,
보고 있는 내 눈에
안타까움이 젖어든다
미안하다
우리가 만든 이 혼돈 속으로
너희를 밀어 넣었구나
너희들 진짜 봄을 빼앗은 게
내 탓 같아 마음이 저리구나
하지만 나는 믿고 있단다
하늘도 호수도 다시 맑아지고
이 땅의 상처가 치유될
그날이 결코 멀지 않음을,
너희들 진짜 봄이
곧 다가옴을
개나리야
두 손 모으자
작은 행동들이 모여
너와 나, 우리 자리를
다시 제자리로
되돌릴 수 있기를
<00 호수공원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