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이 이끄는 길 위에서

다시 제주도

by 헤비스톤


세상 아래를 가리고

구름 파도 속에서

손 흔드는 너


수평선 위

거대한 풍차들이

바람의 숨결을 잡아채며

시린 발을 녹이고 있다


송악산 둘레길,

바람이 황금빛 억새를 모아놓고

그동안 못다 한 얘기를 들려주고 있


산방산은 현무암 조각 뒤에 숨어서

나 찾아봐라

숨바꼭질하잔다


천아계곡 바위틈 사이로

붓을 든 가을햇살이 노닐고


섭지코지 산책로,

짙푸른 하늘과 바다 사이에서

카페와 등대의 하얀 대화


신혼여행 때 예뻤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세상의 중심에 앉아

일출봉을 향해 발을 구른다


일출봉 너머에서 해가 떠오르고 있다

식어가는 바다 밑바닥에서 들려오는 외침

나 아직 살아있어


우도로 가는 선상

갈매기의 불평

똑바로 쫌 잡고 있어요!


우리에게도

나 잡아봐라 하던 때가 있었지


우도를 전동차로 한 바퀴 돌면서

하늘, 바다, 검은 돌들과

이쁜 얘기를 나누었고


용눈이오름,

바람결에 일렁이는 은빛 파도

퍼지는 억새향기에 취해

숨을 멈추고 바라본다


애월 산책로,

갈매기와 걸음을 맞추며

에메랄드 시간을 함께 하고


잘 있거라

내년 봄에 다시 올게



(시원하게 파도를 즐기는 청춘들)



2025.11/9~12, 제주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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