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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Jul 16. 2023

오감놀이 함께 하실래요?

산에 올라가서요

  산행할 때마다 오감놀이를 즐겨하고 있다.

90년대 후반에 시작한 주말산행, 3년쯤 지나자 여럿이 모여하는 산행보다 혼자 하는 산행을 좋아하게 되었다. 홀로 산행에는 해 본 사람들은 다 아는 짜릿함이 있다.

눈길 가는 곳을 내 맘대로 보고, 내 맘대로 생각하고, 자유로움을 만끽하며 걷기에 홀로 산행 마니아가 많은 것으로 안다.

홀로 산행하면서 오감놀이를 즐기게 되었다.

숲 속에서 울려 퍼지는 새들의 노랫소리, 바람소리, 물소리... (청각)

시원한 바람, 손에 닿는 이파리, 꽃잎... (촉각)

계절마다 옷을  바꿔 입는 산, 들꽃...(시각)

초록향기, 억새향기, 흙 내음... (후각)

땀 흘린후 산 정상에서 먹는 점심, 커피 (미각)     

내게 산행은 오감놀이를 위한 짧은 여행으로 자리 잡았고

요즈음도 여전히 홀로 산행을 즐기고 있다.     

이전에 찍은 산행 사진을 보다가 오감 놀이에 취해있던 사진이 있어서 웃음이 났다.

지금은 열정이 식어서 못할 것 같은데 이전엔 종종 하던 모습이었다.  

 



  비가 그치자 바로 신불산으로 날아 들어갔다.

공룡능선을 오르다 중간지점에서 바위에 걸터앉았다.

운무가 옷깃을 붙잡아서 잠시 쉬어가기로 했다.

배낭에서 소주 한 병을 꺼냈다.

     

허리를 휘감아 도는 운무.

풀잎소리, 바람소리, 귓속을 흐르는 엘라 피츠제럴드의 Misty.

산들산들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바람.

비 내린 후 온 산에 퍼져있는 초록 내음.

그리고,    


병나발  

   

       (2003년 7월, 신불산 공룡능선에서, 디카 셀프 촬영)


  지금 비가 오고 있다.

배낭에 소주 한 병 넣고 신불산을 오르고 싶다.

한 번 더, 저 자리에 걸터앉아 병나발을...    


 https://youtu.be/rPOlakkBlj8

(Misty - Ella Fitzgerald)



#산행 중 음주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으니 반드시 하산 후 마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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