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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Oct 14. 2023

내가 좋아한 아티스트 (조용필)

그날을 잊을 수가 없다

그 순간을 잊을 수가 없다.

티브이에서 조용필 목소리를 처음 들었던 그 짧은 시간을.


본격적으로 음악을 듣기 시작한 건 중1 때였고 지금까지 50년 가까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음악을 듣고 있다. 그동안 좋아한 아티스트가 수십 명쯤 되는데 그중 최고로 가슴 깊게 오랫동안 빠져본 아티스트는 조용필이다.


대학 1학년때 어느 날이었다.

도서관에서 과제물을 하다가 학교 정문 앞 매점에 노트를 사러 갔다. 매점 안 문구코너를 보고 있는데

주인이 앉아있는 카운터 머리위쪽에서 노랫소리가 들렸다. 소형 티브이에서 누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처음 듣는 목소리여서 누구지… 하고 잠시 생각하는 순간,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 


그는 절규하듯 열창했고 나는 온몸에 전율을 느꼈다.


억, 이거 뭐지?  아니 이 가수가 도대체 누구냐?

티브이 쪽으로 다가가 노래하고 있는 그의 얼굴을 바라보니 모르는 가수였다.

“아저씨, 저 가수 누군데요?”

“조용필인데 모르는교? 돌아와요 부산항에 부른 가순데요”

조용필?  돌아와요 부산항?

처음 듣는 이름이었고, 지금 부르고 있는 노래는 이번에 나온 <창밖의 여자>라고 했다.

한국에 이런 가수가 있는 걸 왜 모르고 있었지?

당시 나는 팝과 대학가요제, 통기타 노래 위주로 듣고 있었다.


매점을 나와 바로 앞에 있는 레코드 가게로 가서 조용필 1집 노래 테이프를 샀다.

마침 대학 입학 기념으로 선물 받은 워크맨 카세트가 있어서 테이프가 녹아내릴 때까지 노래를 듣고 또 들었다.

그렇게 조용필은 내게로 다가왔고 그에게 푹 빠져들기 시작했다.

내가 빠져 든 건 그때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곡 유형과 그의 목소리, 그리고 혼신을 다해 노래하는 모습이었다.

1집에 나온 노래 하나하나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리메이커 해서 부른 한오백년조차도.

그 후 2집, 3집, 후속곡이 나오면 바로 레코드 가게로 달려가 테이프를 구입해서 수십 수백 번씩 들었다.


조금 과장해서 지금까지

만 번쯤 들어 본 노래 제목을 열거해 보면

<창밖의 여자>, <돌아오지 않는 강>, <사랑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네>, <정>, <한오백년>, <님이여>, <촛불>, <물망초>, <고추잠자리>,

<못 찾겠다 꾀꼬리>, <생명>, <보고 싶은 여인아>, <꽃바람>, <비련>, <한강>, <황진이>, <차라리 학이 되리라>, <눈물로 보이는 그대>,

<어제, 오늘, 그리고>, <킬리만자로의 표범>, <그 겨울의 찻집>, <슬픈 베아트리체>, <기다리는 아픔> 등이다

이 노래들을 노래방에서 최소 한번 이상 불러봤는데 반응은 별로였다.


40년이 지난 지금도 조용필 노래에 대한 사랑은 변함이 없다.

그의 노래는 나의 젊은 20대 감성에  여러 가지 색을 채워주었다.

조용필이란 가수의 경력이나 업적, 음악성 등을 여기에 나열하는 것은 실례가 되기에 생략하고

그의 노래와 함께했던 지난 시절 에피소드를  몇 개 적어본다.


<님이여 - Lead me on>

군입대를 한 달 앞두고 사귀던 여자친구를 만났다.

진지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말했다.

기다려 줄래?

무슨 소리하고 있노?  니는 그냥 친군데 내가 왜 기다리노 우습다 야!

비수가 날아와 내 가슴에 박혔다. 아주 깊숙이.

훈련소 입대하던 날부터 군생활 하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이 노래와 그녀 얼굴이 떠 올랐다.

그러다가 상병 때 친구 서클 후배인 불문과 여학생과 펜팔을 시작하면서 마음속에서 조금씩 엷어져갔다.

지금도 이 노래만 나오면 그녀가 떠오른다.


<노래방에서>

한때, 노래방에 가면 조용필 노래만 부르는 적이 있었다.

조용필 노래만 50곡은 부를 수 있었다.

건데, 직원들과 함께한 자리에서 조용필 노래만 부르면 좀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 어떤 날은 혼자 노래방에 가서 2시간 동안 조용필 노래만 불렀다.

그날 노래방 여사장님  ’참 이상한 아저씨 다 보겠네 ‘하듯 쳐다보던 기억이 난다.


<황진이>

20여 년 전, 국민학교 동기 동창 모임회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리움과 반가움, 모임에서 주고받는 가식 없는 얘기들이 나를 동창회로 이끌었다.

2차는 거의 노래방에 갔는데 아직도 기억에 남는 한 장면이 있다.

그날도 조용필 노래를 몇 곡 부르다가 술기운에 겁도 없이 <황진이>를 불렀다. 돼지 목따는 소리였겠지만

있는 감정 없는 감정 다 실어서 열창을 했다. 그때 노래 부르는 내 모습을 애처롭게 바라보던

동기 여사친이 아직 기억이 난다.

조용필과 연결된 이런저런 에피소드를 다 쓰면 책 한 권은 될 것 같다.


조용필 공연은 두 번 갔었다. 2009년 울산공연, 2013년 대구공연이었는데

울산 공연에서 열광하는 내 모습을 본 아내는 ‘그렇게 발광하는 모습 처음 봤다’고 했다.

올해 5월에 서울과 대구에서 열린 콘서트를 개인 일정과 겹쳐서 가지 못했다.

다른 도시에서 콘서트가 열리면 만사 제쳐놓고 갈 예정이다.


지금도 내 차 USB에는 조용필 폴드가 있고 그날 기분에 따라 곡을 골라서 듣고 있다.

이 전 글에서 말했듯이 살면서 받은 스트레스 해소에 최대 공헌을 한 것이 등산과 음악인데 음악은 조용필 음악이 최대 공헌자이다.

내 버킷리스트 1번이 조용필 선생님 만나서 감사인사드리는 것인데 아직 만날 방법을 못 찾고 있다.


https://youtu.be/QtoLbznE7J8?si=_wduMI5eOCd-dS__

(조용필 - 황진이, 출처 : You Tube)


표지사진 : Daum


2023년 12월23일, 부산 벡스코 공연장에서 두시간 넘게 황홀한 시간을 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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