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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비스톤 Sep 16. 2023

내가 좋아한 아티스트 (Smokie : 스모키)

크리스 노먼

  그 선배 덕분에 스모키를 좋아하게 되었다.

선배가 불렀던  <I will meet you at midnight>을 듣고 나서 비음과 허스키가 절묘하게 섞인 크리스노먼의 목소리가 내 감성 속으로 파고들었다.


대학 입학 후 교내행사에 돌아다니다가 모교에 학생들로 구성된 그룹사운드가 다섯 팀이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팀명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Wooden Kid(숲 속의 아이들), Blue Heaven (창공), Starfish (불가사리), Mad Guys(미친 녀석들), 그리고 공대생들로 구성된 Mechanics (기계학)였다.

각 팀은 봄 축제나 특별한 행사가 있을 때 단독 또는 합동 연주회를 열었다. 팝과 라이브 음악에 심취해 있던 나는 다섯 개 팀의 연주회를 놓치지 않고 보러 다녔다.


공연은 주로 교내 대학극장(당시)에서 했는데 연주곡은 딥퍼플, 이글스, 레드제플린의 메탈과 하드락은 필수곡들이었고 6,70년대에 유행했던 다른 아티스트들의 소울과 락발라드곡들도 자주 연주했다.


아직 그날이 기억에 남아있다. 우든키드의 공연시간이 하필 전공과목 강의시간과 겹쳤다. 그 과목은 강의 한번 빠지면 학점이 한 단계씩 떨어진다는 유명한 교수의 과목이었다. (대리 출석 시도하다 걸리면 그 학기 학점 끝) 고민고민 하다가 공연시간이 다가오자 대학극장으로 달려갔다. 마음을 진정시키며 오프닝 곡을 맞이했다. 싱어는 이국적으로 생긴 2학년 선배였다. 몇 곡이 지나고 그 선배가 스모키의 I'll meet you at midnight을 부르는 순간  크리스노먼이 무대에  서있는 줄 알았다. 연주회가 끝날 때까지 흥분이 계속되었다.

I will meet at midnight. under the moonlight~~


그날 이후로 스모키 노래에 빠져들었고 이 곡은 내 최애곡으로 자리 잡았다 (백만 번쯤 들었다).

노래 가사는 청춘 남녀의 사랑이야기인데 그냥 멜로디가 좋았다. 팝과 클래식과 재즈가 적절히 섞여있는 듯했고,

신나는 리듬인데 어딘가에 쓸쓸함이 묻어있는 느낌이었다. 다른 가수가 부르면 별 감흥이 안 나고 크리스노먼만이 불러야 되는 곡. 두 딸은 엄마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 노래를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서 이 노래가 나오면 “앗, 태교음악이다!”라고 한다.

요즘이 노래 들으면  신나고 핀이  솟아오른다.

등산할 때 힘든 코스에서 이 노래 한번 들으면 몸이

쌩쌩해진다.


스모키는 1975년 결성한 영국  록밴드 그룹인데 본국보다 대한민국에서 더 인기를 끌었다.

76년에 <Living next door to Alice> 싱글이 발표되어 빅 히트를 치면서 스모키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고 이전에 발표했던 곡들까지 인기를 얻게 되었다.

내가 자주 들었던 곡들은 위 두곡 외에  <What can I do>, <Stumblin’ In>, <If you think you know how to love me>, <Mexican girl>, <Don't  play your rock and roll to me>, <lay back in the arms of someone>, <Stranger>등이 있다.


스모키 노래가 얽힌 추억 몇 개가 있다.

1. I will meet you at midnight

대학 1, 2학년 때 친구들과 디스코장에 자주 갔다. 그날도 서면에 있는 유명 디스코장으로 몰려갔다. 먼저 디스코장 입구 포장마차에서 오분만에 소주 한 병씩을 들이붓고 들어갔다.

음악은 밴드가 라이브로 연주를 했다. 한창 흔들고 찌르고 있는데 밴드가 I'll meet you at midnight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으아아아 이 곡이 나오다니… 그때부터 나는 정신을 잃었고 잠시 후 정신이 차리고 나니 친구가

말했다. “야! 니 미친놈처럼 흔들더라. 약 문나? "


2. If you think you know how to love me

대학2학년 연말에 모 호텔에서 고교동문 송년회가 열렸다. 행사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무렵 사회자가 낸 퀴즈 정답을 맞혀 상품 받으러 무대로 나갔더니 "노래 하나 하시죠!" 했다.

술기운에 (후반부 공연을 대기하고 있던) 모교 밴드 ‘Mechanics‘에게 반주를 부탁해서 If you... 를 불렀다. 몇백 명 앞에서 떨지 않고 불렀다. 만취상태였나 보다.


3. What can I do

대학 1학년때 가입한 서클에 예쁜 여자 동기 은영이 있었다. 남자들의 피 말리는 신경전이 이어지던 어느 날, 친하게 지내던 동기 정우가 술 한잔 하자고 했다. 둘 다 취해가고 있을 즈음 정우가 눈물을 흘리며 은영이를

 좋아하는데 어떻게 고백해야 좋은지 나에게 물었다.  '아... 어떡하지... 나도 은영이를 좋아하는데…‘

마침 술집 스피커에서는 What can I do가 흐르고 있었다.


82년에 스모키 그룹이 해체되면서 크리스노먼은 솔로활동을 이어갔다.

( 89년 재결합 때는 크리스노먼 대신 알란버턴이 싱어로 활동하였다.

나의 스모키는 크리스노먼이 싱어로 활동한 스모키이다)

2016년 8월, 크리스노먼은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서 여전히 건재함을 보여주었다.


첫 차를 구입하고부터 카세트테이프를 장르별로 구비해서 운전하는 내내 음악을 들어왔다.

테이프에서 CD, MP3, USB로 이어지면서 담는 곡 수가 늘어났고 선곡도 편리해졌다.

스모키 노래 폴더는 언제나 최우선 순서에 있다.


지금 도서관 창밖에는 비가 내리고 천둥이 치고 있다.

I'll meet you at midnight 들을 타이밍이다. 블루투스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오늘밤 12시에는 누구를 만날까...


(16년 8월 불후의 명곡에 출연해서 노래 부르는 모습)



https://youtu.be/WoTLnaI1NEY?si=z4Ai4t86LCGKU4my

음원출처: You Tube


표지사진: Daum


(위에 소개한 스모키 곡을 들어보실 분들은

 크리스노먼이 노래한 곡을 들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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