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ay
세상은 늘 '여부'를 묻습니다.
가졌는지 못 가졌는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모든 것을 다 안다는 듯 결론 내리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곁에서, 우리의 삶은 자주 조급해지곤 합니다.
하지만 사실 인생은 '여부'보다는 항상 '정도'에서 작은 차이를 만듭니다.
슬픔이 완전히 사라지는 일은 없겠지만 그 농도가 조금씩 옅어질 수는 있습니다. 무언가를 이루었느냐 아니냐의 정답보다, 오늘의 내 마음이 어제보다 얼마나 더 깊어졌는지 그 미세한 눈금을 살피는 일이 더 중요할지도 모릅니다. 0과 1 사이의 그 수많은 물듦의 과정들이 모여 비로소 나라는 사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무언가를 다 안다고 말하기엔 삶은 너무나 아득합니다. 그래서 저는 단정 짓는 말들보다, 매일 조금씩 다르게 깊어지는 제 안의 농도를 가만히 지켜보려 합니다.
인생은 소리 내어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색깔로 천천히 물들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배워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