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
비정한 기하학을 달래는 소의 되새김질이 시작되면, 들판에는 원 하나 없이 해가 집니다.
둥근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듯 태양은 모서리부터 허물어지고, 어둠은 세상의 모든 각(角)들을 지우며 흘러옵니다. 낮 동안 꼿꼿하게 서 있던 나무들이 제 그림자를 접고 비로소 눕는 시간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삼킨 것보다 뱉지 못한 것들이 더 많습니다. 소화되지 못한 마음들이 이빨 사이에 끼어 모래처럼 서걱거리고, 그것은 가장 가난한 식탁에 앉아 오래전 잃어버린 화음을 더듬는 소리와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의 모퉁이에서, 차마 끝맺지 못한 문장들을 다시 꺼내어 천천히 씹습니다.
도달할 곳 없는 저녁이 지평선의 문틈으로 제 몸을 가만히 밀어 넣을 때,
대지는 거대한 소멸이 되어 우리의 남겨진 하루를 소리 없이 품어줍니다.
밤은 이제 입을 다물고 가라앉습니다.
우리는 그림자들을 모아 잠의 방으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