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기하학을 견디는 일

by 김준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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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한 기하학을 달래는 소의 되새김질이 시작되면, 들판에는 원 하나 없이 해가 집니다.

​둥근 것은 어디에도 없다는 듯 태양은 모서리부터 허물어지고, 어둠은 세상의 모든 각(角)들을 지우며 흘러옵니다. 낮 동안 꼿꼿하게 서 있던 나무들이 제 그림자를 접고 비로소 눕는 시간입니다.

​우리의 삶 속에는 삼킨 것보다 뱉지 못한 것들이 더 많습니다. 소화되지 못한 마음들이 이빨 사이에 끼어 모래처럼 서걱거리고, 그것은 가장 가난한 식탁에 앉아 오래전 잃어버린 화음을 더듬는 소리와 닮아 있습니다.

​우리는 돌아오는 길의 모퉁이에서, 차마 끝맺지 못한 문장들을 다시 꺼내어 천천히 씹습니다.

​도달할 곳 없는 저녁이 지평선의 문틈으로 제 몸을 가만히 밀어 넣을 때,
대지는 거대한 소멸이 되어 우리의 남겨진 하루를 소리 없이 품어줍니다.

​밤은 이제 입을 다물고 가라앉습니다.
우리는 그림자들을 모아 잠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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