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달빛은 오만하게 얼어붙은 수의(壽衣)여서
그 아래 모든 생을 박제로 만든다.
보라, 이름 없는 집요함이 그 정적의 살결을
날카로운 다리로 긁으며 가로지르는 저 생경한 질주.
죽음으로 삶을 재지 마라.
여기, 도착지도 결말도 없이
찰나의 심연을 수직으로 짓이기는 침입자가 있다.
그의 눈동자엔 달빛이 고여 있는 듯
어둠 속에서 찬란하게, 아주 서늘하게 타오르고
기괴한 아가리는 밤의 정적을 질겅질겅 씹어
허공에 검은 납 덩어리를 뱉어낸다.
죽지 않으니 살지도 않는 영원한 미완의 아름다움.
삶과 죽음을 내던진 자리에서만 피어나는
저 지독하고도 눈부신 생명의 점액질.
그는 어둠을 씹고 달빛을 뱉으며
졸면서 깨어나는 누이처럼 매일이라는 좁은 문을 무심히 통과한다.
"달빛에 눈을 씻고 어둠을 씹어 뱉으니,
삶도 죽음도 아닌 찰나의 뼈대만 찬연히 남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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