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
네가 눕는 순간
하늘은 처음으로 땅을 배운다.
추락하는 것은 빛이다.
높이를 상실한 하늘이 네 발등 위에 헐떡이며 엎드리고,
나는 그제야 투명하게 얼어붙은 허공의 각도로 너를 읽기 시작한다.
동공 속으로 침입하는 것은 색(色)이 아니라 중력이다.
네 쇄골의 파인 골짜기에 고인 어둠의 깊이를 측량하다가,
속눈썹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의 무게에 내 망막은 번번이 찢긴다
이곳엔 바람이 불지 않는다.
보이는 것들은 모두 죄가 된다.
가장 투명한 눈동자로 너의 가장 은밀한 구석을 훑어 내릴 때,
시선은 매끄러운 살결 위를 구르는 면도날이다.
눈을 감아도 너는 지워지지 않는다.
망막 뒤편에 낙인찍힌 네 형상이
붉은 잔상으로 타오르며 나의 침묵을 전염시킨다.
이제 나의 눈은
바깥을 보는 창이 아니라,
너라는 맹목(盲目) 속에 스스로 유폐된 감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