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각의 사형 선고 : 시각

by 김준완


​네가 눕는 순간
하늘은 처음으로 땅을 배운다.
추락하는 것은 빛이다.
높이를 상실한 하늘이 네 발등 위에 헐떡이며 엎드리고,
나는 그제야 투명하게 얼어붙은 허공의 각도로 너를 읽기 시작한다.

​동공 속으로 침입하는 것은 색(色)이 아니라 중력이다.
네 쇄골의 파인 골짜기에 고인 어둠의 깊이를 측량하다가,
속눈썹 아래 드리워진 그림자의 무게에 내 망막은 번번이 찢긴다

​이곳엔 바람이 불지 않는다.
보이는 것들은 모두 죄가 된다.
가장 투명한 눈동자로 너의 가장 은밀한 구석을 훑어 내릴 때,
시선은 매끄러운 살결 위를 구르는 면도날이다.

​눈을 감아도 너는 지워지지 않는다.
망막 뒤편에 낙인찍힌 네 형상이
붉은 잔상으로 타오르며 나의 침묵을 전염시킨다.

​이제 나의 눈은
바깥을 보는 창이 아니라,
너라는 맹목(盲目) 속에 스스로 유폐된 감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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