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마

by 김준완


​심장을 뒤흔드는 밤
명치끝에 걸린 낮은 진동.
잠든 신경들이 가늘게 떨리고
어둠은 혈관을 따라 느리게 유영한다.
깨어 있음조차 하나의 부채처럼 느껴지는 시간.

​밤 같은 에스프레소
고압으로 추출된 침묵의 정수.
혀끝에 닿는 순간
세계는 30ml의 농도로 수축하고
단 한 모금의 타협도 허락하지 않는
검은 각성만이 남는다.

​에스프레소 같은 죽음
유언도 없이
단숨에 들이켜고
잔을 내려놓는 손끝마다 냉기가 서리는 일.

​빈 잔 바닥엔
식어버린 사기그릇의 흉터만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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